​[종합] 구멍난 靑 인사검증시스템… ‘50억 영끌 대출’ 못 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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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06-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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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사실상 경질… 靑 “비판 겸허히 수용“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경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재차 논란이 되고 있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7일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자진 사퇴하면서다.

청와대는 김외숙 인사수석의 책임론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지만, 인사 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늘 김 비서관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김 비서관은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게 아니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도리, 사회적 책임감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본인이 먼저 사의를 표명해 자진 사퇴를 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해명이 있었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인사권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서류상으로 일단 김 비서관은 청와대 참모진의 ‘1주택자’ 기조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39억2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재산이 91억2000만원에 달하는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14억5000만원) 외에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상가 2채(65억5000만원), 경기도 광주 송정동 근린생활시설(8억3000만원), 광주 송정동 임야 2필지(4908만원) 등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3개의 금융기관에서 56억여원의 대출을 받아 금융채무도 가장 많았다. 마곡동 상가 구입 등을 위해 수십억원대의 빚을 지는 이른바 ‘영끌 빚투’를 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50억원이 넘는 대출 내역을 김 비서관이 고의로 누락하지 않았다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 모를 수가 없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부분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전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보낸 김 비서관의 해명도 석연치 않았다. 김 비서관은 투기 의혹을 반박하면서 “해당 토지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던 지인이 매수를 요청해 부득이하게 취득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도 아니고 지인의 매수 요청으로 5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김 비서관은 “송정지구 개발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해당 토지는 광주시 도시계획조례로 인해 도로가 개설되더라도 어떤 개발행위도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김 비서관의 땅은 소위 ‘맹지(盲地)’로 불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맹지는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땅으로, 개발 호재 없이는 거의 거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토지의 위치와 매입 시기다. 김 비서관은 논란의 토지를 2017년 6월 매입했다. 해당 토지는 ‘중앙로 346번길’이 끝나는 지점 바로 바깥에 있다.

도로가 김 비서관 소유의 땅 바로 앞에서 끊겨 있어 ‘2m 이상 도로에 접하지 않은 땅에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고 규정한 건축법 제44조에 따라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상태였다.

광주IC·경기광주역과 인접한 이곳은 김 비서관이 토지를 매입한 시기인 2017년 송정지구 개발이 본격화됐다.

김 비서관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오해를 드린 점에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광주의 해당 토지 등은 모두 신속히 처분하고자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 검증 시에 부동산 내역을 확인했고 각각의 취득 경위와 자금조달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했지만,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라면서도 “청와대 인사 검증의 부실에 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아오고 있고, 그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청와대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투기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라면 국민 기만”이라며 “이런 투기 의혹 대상자에게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할 업무를 맡겼으니,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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