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 급식 몰아주기, 총수일가 승계 연관 인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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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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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에 사내급식 몰아준 삼성그룹, 부당지원행위로 제재

  • 웰스토리 포함 삼성 5개사에 과징금 총 2349억원 '역대 최고'

  •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 목적 인정되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 그룹에 역대 최고 과징금과 검찰 고발을 결정한 것은 단순한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던 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준 덕에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조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조성하기 위해 이 행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다만, 웰스토리의 일감 몰아주기가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목적이라는 것은 전원회의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육 국장은 "이른바 '프로젝트 G'와 이 사건의 관련성을 전원회의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검찰 고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아닌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준 이유는 지배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구 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최정점에 있었다. 

에버랜드는 2013년 12월 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FC(Food Culture)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웰스토리를 설립했다. 당초 웰스토리는 에버랜드 사업부 소속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특수관계인 등의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사익편취 행위)를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규제 대상이었다. 하지만 2013년 12월 물적 분할됨으로써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

삼성그룹 사내 급식 계약에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나선 것도 삼성의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과 관련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미전실은 과거 회장 비서실로, 인사 권한을 토대로 계열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총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전담했던 조직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웰스토리의 이익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 2011년 삼성전자 등 4개사의 식재료비를 1인당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했다. 그런데도 급식이 개선되지 않자 삼성전자 임직원의 불만이 커졌다. 웰스토리는 식재료비를 추가로 투입해야 했다. 그 결과 웰스토리의 직접이익률은 기존 22%에서 15% 수준으로 악화했다.

그러자 미전실이 나섰다. 미전실은 웰스토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계약 구조 변경안을 확정했다. 이 계약안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의 급식 수의 계약 체결에 그대로 적용됐다. '전략실 결정 사항이므로 절대 가감해서는 안 된다'라는 미전실의 방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에버랜드가 영위하는 사업 중 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부문은 웰스토리가 유일했다. 이 수익은 전액 내부 거래로 창출됐다. 육 국장은 "미전실로서는 쓰임이 있는 웰스토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계열회사의 급식 물량을 몰아줄 유인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웰스토리가 에버랜드 입장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의 모태는 삼성에버랜드다. 에버랜드는 2013년 12월 1일 구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 부문을 양수했고, 2014년 7월 4일 자신의 법인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다. 제일모직은 2015년 9월 4일 구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면서 법인명을 다시 삼성물산으로 바꿨다.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물산이 최초로 공시한 분기 보고서를 보면,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76%가 웰스토리로부터 발생했다. 또 양 사 합병 전 삼정회계법인이 평가한 제일모직 측의 웰스토리 부문 가치(약 2조8000억원)가 피합병회사인 구 삼성물산의 가치(약 3조원)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합병 과정에서 지출된 비용은 급식 내부 거래를 통해 웰스토리가 취득한 이익으로 충당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삼성은 합병 과정에서 약 409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약 6751억을 써야 했다. 합병 이후 구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배당 확대 정책으로 2017~2019년 평균 약 1116억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다.
 
육 국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면탈해 가면서 장기간 은밀하게 진행된 계열사 간 지원행위를 적발하여 제재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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