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채발 금융권 리스크 경고음

백준무 기자입력 : 2021-06-23 19:00
가계·기업빚 사상 최대…금리 인상 본격화땐 부실화 도화선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더한 민간신용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인 가운데 금융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지표는 양호한 상태지만, 곳곳에서는 무언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훌쩍 넘긴 민간부채가 부실화할 경우 빠르게 금융 시스템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올해 3월 말 기준 137.3%로 나타났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0.9% 포인트 하락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무려 36.5% 포인트 높아졌다.

대손충당금은 금융기관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자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을수록 해당 금융기관의 건전성 또한 양호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1년 사이에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정상 상환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는 대출이 늘어났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0.62%로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한 1분기 부실채권비율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은행들의 고민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상품의 비중은 지난해 1분기 65.6%에서 올해 1분기 70.5%까지 오른 상황이다. 변동금리 대출의 경우 기준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바뀌는 만큼,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가계 부채 부실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단기대출 비중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중 만기 1년 이하 단기대출 비중은 23.1%다. 영국(11.9%), 스페인(4.4%), 독일(2.7%), 프랑스(2.6%)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수준을 크게 웃돈다.

기업대출에서는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정부의 대규모 금융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부실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2520개 중 39.7%인 1001개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취약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권 대출 연체율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0%로 한 달 전에 비해 0.02% 포인트 올랐다. 연체율은 통상 분기 초중반에 올랐다가 분기 말에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이번 반등 역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같은 연체율은 정부의 대규모 금융 지원에 힘입은 측면이 큰 만큼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지원 조치가 없었을 경우를 상정할 경우 연체율이 현재 수준보다 0.3~0.6% 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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