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베팅으로 '포스트 코로나' 돌파구 찾는 신세계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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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6-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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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 "이기는 한해" 만들기…과감한 연속 M&A

  • 정유경, 바이오TF 꾸리며 신사업 진출 모색

  • 일각에선 수조원대 오버베팅 '승자의 저주' 우려

신세계그룹 2세 경영을 이끄는 정용진·유경 남매가 거침없는 인수합병(M&A)으로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신세계라는 한 지붕 아래서 각각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을 도맡고 있는 남매는 '통 큰 베팅'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매각가 4조원대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국내 보톡스 1위 업체인 휴젤을 2조원대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징은 수조원대 초고가 베팅이라는 점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몸값이 5조원까지 불어나 M&A 시장 대어로 불렸다. 이번 딜은 경매호가식 입찰인 '프로그레시브'를 적용했는데, 당초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공룡의 자존심 싸움으로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신세계]

그러나, 예상과 달리 신세계그룹 이마트만 가격을 높여 제출했다. 롯데그룹은 추가 베팅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신세계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던 네이버마저 막판에 발을 뺐다. 결국 이마트는 단독 인수자로 확정됐다. 

이마트는 자금 마련에 한창이다. 이미 단독 인수를 위해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에 대출 의향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기준으로 인수금액은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분기 기준 1조637억원으로, 자산유동화에 나선 이마트는 지난달 서울 가양점 토지와 건물을 6820억원에 매각해 총 1조7457억원을 확보했다. 이마트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스타필드 시티 등을 담보로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사장은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올해 초 보툴리눔톡신 기업 휴젤 인수를 검토했다. 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과 휴젤 경영권 매각을 위한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대상은 베인케피탈이 가진 지분 44%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퓨처넷을 통해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품에 안았고, 최근 롯데지주가 바이오 M&A 의지를 드러내자 신세계도 바이오사업에 시선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그룹의 관리총괄을 맡은 형태준 부사장을 중심으로 '바이오 TF'를 꾸렸다. 바이오사업은 경험이 없는 신사업인 만큼 외부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자문을 받고 있다. 휴젤 인수 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추진하는 뷰티 사업과도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부담이 되는 액수다. 검토 시작 당시만 해도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탈 보유 휴젤 지분이 1조2000억원이었지만 현재는 2조원까지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휴젤 인수를 추진하기 위한 자금조달원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당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검토 중에 있다"면서 "휴젤 인수 관련해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 공시했다.

남매는 지난해 연말부터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중을 내비쳐왔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마트의 경우 이전에 운영하던 기획담당 부서를 지난해 전략기획본부로 승격시켰다. 신세계 역시 지난해 4분기 기획담당 부서가 신설됐다. 이전에는 지원·상품·영업 본부를 통해 백화점 유관 사업에만 집중해왔다면 신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 부회장이 올 초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부회장의 인수전은 연초부터 야구단 인수, 네이버와의 지분교환 동맹, W컨셉 인수 등 연달아 깜짝 소식을 선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버 베팅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다. 보유 현금을 털어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과한 지출로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기업 재무구조가 전반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또 생각했던 것보다 시너지 효과가 작을 가능성도 있으며, 향후 추가적인 투자 시에도 경색된 자금 사정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영향으로 양사의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스타벅스 본사가 가진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를 가져오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 올해 내내 자금조달에 분주할 전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수 가격이 3조원을 넘는다고 하면 인수자가 누가 되든 ROE(자기자본이익률)와 ROIC(투하자본이익률)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현재 이베이의 시장점유율은 떨어지는 상황이고, 쿠팡은 1분기 만에 점유율이 6% 상승한 점 등을 고려하면 경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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