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시재생 벗어난 창신동, 이제 민간-공공재개발 갈등에 폭력사태 '새 수렁'

김재환 기자입력 : 2021-06-21 14:36
재산권 달린 문제에 지나치게 복잡하고 다양한 '탁상행정 제도' 주민들 "사사건건 주민들 의견 갈리는데…이젠 피터지는 싸움"
도시재생 굴레에서 벗어난 창신동이 다시 수렁에 빠졌다. 정부가 새롭게 만든 공공참여형 재개발과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방식을 두고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탁상행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산권이 달린 예민한 문제에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제도가 새롭게 튀어나왔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좋은 것 중에서 주민들끼리 잘 골라봐라'는 식의 정책은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재개발 관련 관계자 간 폭행이 발생했다. 현재 경찰 당국은 당사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 간 갈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소속과 지지하는 개발방식, 이름 모두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다수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분란은 2·4부동산대책(3080플러스 획기적 공급확대 방안)으로부터 시작됐다.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기존에 있었던 민간·공공재개발 외에 2·4대책에서 새롭게 제시한 공공참여형 정비사업(공공직접시행·공공도심복합개발·주거재생혁신지구)을 두고 논쟁이 격화된 것이다.

정리하면, 창신동 주민들은 크게 민간재개발과 공공재개발, 공공직접시행 재개발까지 세 가지 방안을 두고 각자 다른 입장으로 대립하게 됐다.

일부 주민은 하루빨리 공공직접시행 재개발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또 일부는 제도별 차이점과 장·단점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신중론으로 맞섰다.

현금청산 문제가 걸린 만큼 다수 주민은 기존에 민간·공공재개발을 전제로 제출했던 사업동의서를 철회하겠다고 항의했으며, 갈등이 심해지자 아예 커뮤니티에서 나가는 사례도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2월21일 당시 재개발추진위원회는 공공재개발 외에 2·4대책 관련 주장자의 글은 "경고없이 삭제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의 불만은 계속됐고 이달 초 결국 주민들은 지지하는 제도별로 갈라섰다. 또 다른 추진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수백명이 이탈해버린 것이다.

한 쪽에서 "이미 공공재개발로 정해졌는데, 무슨 갈등이냐"고 불만을 제기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불만을 얘기하지 못하게 막아놓고 정해지면 끝이냐"며 끝없이 논쟁이 이어지는 식이다.

30여년간 창신동에서 거주한 한 주민은 "주민들끼리 이게 낫네 저게 낫네 하면서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며 "재개발만 되면 좋겠다는 염원으로 뭉친 사람들이었는데 이렇게 돼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폭행은 이런 맥락에서 주민 간 언쟁과 욕설이 3개월여 이어지다 입장별로 진영이 갈린 뒤 갈등의 골이 깊어진 끝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주민은 "그렇지 않아도 재개발 관련 사안마다 사사건건 주민들끼리 의견이 갈리는데, 주민들이 이해하기엔 복잡한 사업방식이 많아지면서 하나하나 설득하기 어렵고 분란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지난 16일 서울시가 도시재생지구에 재개발을 허용하면서 6년 만에 트인 창신동 재개발은 주민 간 갈등의 늪으로 빠지게 됐다.

한편, 앞서 정부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한 부산 '전포3구역'은 주민 10% 동의를 받았으나, 주민 43%가량이 반대에 서명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후보지 해제 조건은 과반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며 "사람마다 입장과 생각, 선호가 다르고 현금청산과 같은 민감한 주제는 반대 측이 더욱 격렬하게 반대 여론을 조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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