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꼰대정치에 레드카드 든, 앵그리 영(Angry Young)이 우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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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선진경제전략포럼회장
입력 2021-06-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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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선진경제포럼회장]




한국경제는 선진국 대열 합류를 목전에 둘 정도로 성장해 왔지만 한국의 정치판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정치는 삼류라는 비판이 나왔겠는가. 오랫동안 한국정치는 ‘3김시대’라고 하는 계보정치가 주도해 왔다. 전두환·노태우의 권위주의 시대가 물러간 자리에 영남·호남·충청을 기반으로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라는 막강한 3대 계보 보스가 이끄는 계보정치가 한국 정치의 중심이었다. 당시 한국정치의 모든 길은 이들 3김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였다. 중요 정치적 어젠다가 이들로부터 나오고, 이들 계보 보스의 눈 밖에 나면 국회의원 공천도 안 되는 시대였다. 그러다 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들 계보 보스의 자택에는 정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국회보다는 이들 자택이 국정의 중요한 방향이 결정되는 곳이기도 했다. 상도동계, 동교동계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이 아니든가. 국회는 이들 3김 계파들의 정치적 격론장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 계보정치 시대는 한국정치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권위주의 정치시대의 막을 내리기는 했지만 그 자리는 여전히 또 다른 권위인 3김의 계보가 자리했다. 그런 환경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은 국정담당 능력보다는 보스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중요한 척도였다. 막대한 계보를 관리하기 위한 정치자금 문제가 심심하면 터져나오곤 했다. 당시 여야를 불문하고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의 국정담당능력은 대부분 수준이하였다고 평가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문민정부는 결국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OECD에 가입하면 선진국이 되는 줄로 착각한 무리한 OECD 가입으로 자본시장의 빗장을 모두 풀어헤친 결과였다. 국민의정부는 햇볕정책이라는 대북정책에 올인하다 결국 북한의 핵무장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당시 수 백만명의 아사자를 내는 고난의 행군을 할 정도로 껍데기만 남은 북한에 햇볕을 쏘여 주면 평화로운 통일의 길이 열리는 줄로 착각했지만 남한이 제공한 막대한 지원의 결과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북한의 핵무장 강화뿐이었다. 강화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지금 대한민국의 목줄을 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한국의 정계는 아직도 이들 계보정치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그 잔재가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3김시대가 퇴조하고 있는 자리에 등장한 것이 노무현을 거쳐 문재인에 이르는 팬덤정치다. 대선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하고 있을 때 등장한 노사모는 당시 확산되기 시작했던 SNS를 활용하며 마침내 대통령 당선까지 가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냈다. 단순한 팬을 넘어 죽어도 끝까지 지지한다는 팬덤이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탄생하고 그 결과 대통령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책을 통한 이성보다는 모바일을 통한 즉흥적인 감성에 충실하고, 옳고 그름이 중요한 시비(是非보다는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호오(好惡)가 더욱 중요한 팬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갑자기 노장년층들은 경륜을 가진 선배에서 꼰대로 밀려났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딛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팬덤정치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대깨문, 문빠, 조국수호대 등 노무현시대보다 더 확장되고 성장한 팬덤들은 팬덤 보스에 대한 비판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으로 작은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무서울 정도의 응집력도 보였다. 포용과 관용이 사라져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마저 쏟아졌다.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그들이 2030세대를 현혹하던 주장과는 달리 공정하지도 못하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러한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대를 거치면서 586이 새로운 수구 기득권 세력이 되면서 한국은 정치적으로 퇴락한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추락하고 있다. 386으로 대변되던 87세대가 정치권력의 핵심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옹호하고 따르던 주사파, 수 많은 아사자만 내고 중국경제를 거들내 마침내 중국마저도 폐기한 중국의 문화혁명을 따르며 문화혁명 당시의 하방운동을 본떠서 대학가에 유행했던 공활·농활파, 대한민국의 건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해방전후사’에 빠진 해전사파 등이 권력의 중심부에 진입하면서 한국은 급속히 종북친중으로 경도되기 시작했다. 경제는 추락하고 외교안보도 미·중 쟁패가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가입하도록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쿼드플러스에도 가입하지 않고, 한·미 정상회담과 G7 확대정상회담에 참석은 했지만 여전히 한·미동맹은 한쪽 발만 담그고 있는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미·중 쟁패가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등 터지는 새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구한말의 비극 재연을 우려하는 실정에까지 이르고 있다. 특히 경제는 완전히 붕괴 수준이다.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의 3분의1 정도는 아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이고, 16% 정도만 정규직을 갖고 나머지는 알바나 비정규직이 되는 참담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어 이생은 망했다는 ‘이생망’이라는 자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면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추락하고, 국민들은 도탄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이제 한국정치판은 완전히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하는 것은 오직 빚 내서 현금살포하는 일뿐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추락한 그리스 행이나 베네수엘라 행도 머지않다는 경고마저도 나오고 있다. 지금 당장 일자리도 없는 청년들이 무슨 수로 다가올 이 엄청난 재앙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가 삼류인데 경제나 국민만 일류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파에 남아 있는 계보정치의 찌꺼기도 사라져야 하고, 좌파에 남아 있는 시대착오적이고 반역사적인 좌파이념에 매몰되어 있는 수구좌파도 이제 청산되어야 할 때다.

이런 즈음에 등장한 것이 36세의 제1야당 대표 이준석이다. 도저히 질 수 없다고 평가되던 20대 총선에 지고, 2017년 대선에 이어 21대 총선마저도 참패한 끝에 야당과 국민은 36세의 제1야당 대표를 선택했다. 이는 이제 정치판을 바꾸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계보정치도 끝내고, 지긋지긋하게 국가경제를 붕괴시키고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서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고 있는 좌파 586 팬덤정치도 퇴장시키라는 명령이다. 36세의 제1야당 대표의 등장은 단숨에 좌파 586 정치세력을 이른바 꼰86이라는 꼰대로 밀어내고 있다. 2030이 수구꼰대당이라고 비판해 왔던 제1야당에 2030의 입당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다. 이준석의 일성은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 빅텐트를 치라는 것이 소명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아직 입당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홍준표를 비롯해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석열·안철수·최재형 등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연이은 패배가 근본적으로는 우파의 분열이었음을 상기해 볼 때 밝은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36세 제1야당 대표 이준석의 등장은 2005년 만 41세에 영국 보수당 당수가 되고 5년 후 총선에서 승리해 영국 총리가 되었던 데이비드 캐머런을 연상케 한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영국 명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보수당 조사국에 근무하며 실력을 쌓은 후 2001년(만 35세)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한 후 전임 마이클 하워드 당수 시절 섀도(예비)내각에서 교육부를 담당했다. 보수당도 이전 세 차례의 총선에서 노동당에 연전연패한 후 41세의 정치신인을 선택해 정치개혁을 시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세 차례 연이은 총선에서 패배한 보수당의 변화 욕구를 반영, 전통적인 보수당 정책인 시장을 중시하면서도 약자·여성·소수인종·환경을 배려하는 ‘온정적 보수주의’를 주장해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총리가 된 후 2011년 런던테크시티를 설립했다. 런던 동북부 낙후지역에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대항할 수 있는 완전 규제 프리의 국제적인 기술혁신도시 '런던테크시티'를 출범, 5년 동안 9만여개의 스타트업이 설립되어 33만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를 기반으로 2014년에는 런던을 ‘세계핀테크의 수도’로 선언하고, 핀테크라는 새로운 시대에도 런던을 세계 제1의 국제금융도시로 육성하려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성공을 모태로 전국에 총 27개의 클러스터를 육성해 창업을 활성화하고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는 '테크 UK' 정책을 추진, 5만8000여개 기업이 창업해 156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기염을 토하며 2016년 유럽연합(EU) 잔류 문제로 물러날 때까지 집권했다.

이준석 대표는 30대이기 때문에 국민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미흡한 경륜을 보완하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은 정치, 경제, 외교, 안보, 국방, 미·중 쟁패, 교육, 사회, 문화, 여성, 환경, 에너지 등 여러 분야가 복잡다기화되고 전문화된 국가로, 분야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당면한 여러 중요한 이슈에 대해 실수하면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대선에 악영향을 줄 우려도 있을 수 있다. 우선 원내 100여명 의원을 대상으로 선수 불문하고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10여명 지도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각종 분야별 위원회 등을 운영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영국처럼 당 내외 전문가를 발탁해 섀도캐비닛을 운영하면서 국정경험을 축적해 가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 중 하나다. 30대 제1야당 대표에게 주어진 정치혁명의 소명은 한국의 운명이 달린, 반드시 이루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오정근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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