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반란 탐구보고서] ②"기회냐 위기냐"...청년정치인 3인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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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김도형‧조아라 기자
입력 2021-06-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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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학 민주당 청년최고위원 "국민의힘에 대한 변화의 갈망이 이준석에게 투영"

  •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MZ는 북한 문제보다 먹고 사는 문제 더 중요"

  •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이준석이 말하는 어젠다, 우리 세대에 매우 익숙"

 

(왼쪽부터)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과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사진=각 당 제공]


이준석 돌풍이 여의도에 상륙하면서 청년정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도 이번 현상이 ‘정치반란’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반짝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지를 두고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청년정치인인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최고위원과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3인과 함께 이준석 현상 및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변화, 앞으로의 영향 등에 대해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변화·혁신 동력이 이준석과 만나 ‘돌풍’

-이준석 대표의 당선으로 그야말로 ‘이준석 돌풍’이 불고 있다. 이번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동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은 네번 연속 (선거에서) 대패했다. 그 결과 거여(巨與)가 됐고, 국민의힘은 사과와 반성 없이 오히려 더 고루한 정당이 됐다. 그렇게 완전히 고꾸라지니까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갈망이 일었고, 역으로 성비위 사건‧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집권여당에 내부적으로 곤혹스러운 일이 터지면서 반감이 생겼다. 그런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국민의힘으로 쏠린 것 같다. 여기에 어떻게 보면 특출난 인물, 말도 잘하고 괜찮은 배경을 가진 이준석에게서 희망을 투영 받은 것 같다. 정리하자면 민주당보다 더 고루한 국민의힘에 대한 변화의 갈망이 이준석에게 투영됐다고 본다.”

김재섭= “여러 가지 복잡한 것이 섞였다고 보는데, 일단 유권자 중 상당수가 소위 말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정치인'을 통해 정치 효능감을 맛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면서 '참여를 하면 정치가 바뀐다'는 학습 효과가 생겼다. 두 번째로, 이는 우리나라의 정치교육이 부재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세대교체를 보면 30년 내지 20년 단위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이번에는 1980년대생 이준석이었고, 그가 깃발을 들었다. 차근차근 정치인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불만의 반사작용으로 다음 세대가 밀고 들어오는 형국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다. 미디어로 인해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정치력 하나만을 갖고, 혹은 큰 어젠다(민주화운동)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주로 정치를 했다면, 지금은 미디어에 최적화된 인물이 유리하다."

강민진= “원내교섭단체 정당에서 30대 당수가 탄생한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준석은 민주당 586과 대비되는 젊은 대안의 이미지를 잘 선점했고, 보수정당의 당내 낡은 관행과 기득권을 뒤엎어야 국민의힘이 살아날 수 있다는 당원과 지지층의 절실함이 투표 결과에 반영됐다. 이준석의 정치적 견해와 행보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 현상 자체는 대한민국 정치에 역동성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작은 불공정도 MZ는 '참지 않아'

-이번 현상을 두고 MZ세대의 반란이라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구태 정치에 신물을 느낀 젊은이들이 대안을 찾아 나섰다는 것인데, MZ세대의 반란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동학= “앞으로 우리 사회에 누적된 많은 불만들이 폭발될 것으로 보는데, 근저에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격차 등이 굉장히 크게 있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노동시장의 포화상태, 정년 연장으로 인한 청년일자리 부족문제, 저성장기조 및 글로벌 경제에서의 불확실성 등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자 지금의 젊은이들은 기회를 많이 확보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약자가 되면서 점점 기회를 갖기 어려워지고, 이해심이나 아량도 점점 쪼그라들게 됐다.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일종의 작은 반칙이라도 일어나게 되면 이걸 용납할 수 없게 된다.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라고 하는 키워드가 이렇게까지 집중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가 지금 투영하고 있는, 혹은 바라고 있는 정치는 국민의힘에만 바란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치세력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김재섭= “우리 당이 기존에 내세웠던 정치 어젠다를 보면, 강하다고 하는 것이 경제‧안보 중심이다. 그런데 MZ세대들이 실제로 검색하는 어젠다는 건강‧안전‧젠더‧보건 등이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발시켰다는 뉴스보다 수돗물에서 벌레가 나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비교가 안 된다. 정치는 이들이 풀어주길 원하는 어젠다에 소홀했었다. 그런데 이걸 누가 대변했느냐 하면 보수당이고, 이준석이다. 진보당인 민주당은 위선적인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만연하는 갈등을 결국에는 누군가가 들고 나와서 해소해야 하는데, 이준석이라는 훌륭한 조이스틱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 사실상 반란이라기보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젠다가 앞으로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등장하는 마중물 같은 것이다.”

강민진= “젊은 세대는 민주당의 586세대에 실망했고, 그동안 국민의힘의 주류를 차지했던 낡은 세대에게는 도저히 공감하지 못한다. 이준석의 직설적 화법과 온라인을 활용하는 방식은 젊은 세대의 감각과 취향에 잘 맞았다고 본다. 다만 이준석이 젊은 세대 전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거나, 청년층 전반을 조직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준석이 들고 나오는 어젠다들은 우리 세대에게 매우 익숙한 것들이고, 이미 청년세대 내부에서는 편이 갈라져 있던 주제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돌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설익은 정치를 하거나 '반짝 스타'로 끝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떻게 해야 청년정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나.

이동학= “정치는 살다가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타인 앞에 나서기 위한 개인적인 준비와 타인 앞에 서서 자신의 정견을 자신감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준비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혹은 정당들이 그런 교육프로그램이라든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이런 것들을 더 개방해야 준비된 정치인, 준비된 젊은 정치인이 탄생할 수 있다. 지금 구조는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런 문호와 기회들이 조금 더 확장돼야 한다. 지금은 미심쩍게 볼 수 있지만 우리 당의 인식도 10년, 15년 전에는 청년들에게 절대 한 자리도 주지 말자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기성세대 인식도 많이 전환됐다. 그렇게 되면 이제 같은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층의 인식도 바뀔 것이다.”

김재섭= “불안 자체는 좋은 거라고 본다. 우리 정치에서 불안이라고 하는 것은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히는 거 말고는 없다. 불안의 기저는 중진들의 기득권에 막혀 신진이 좌절되는 것인데, 그러면 세대교체 명분이 더 거세진다. 정치권에서는 불안과 불안정 속에서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고 잉태된다. 불안정성을 기반으로 쌓이고 보완되는 것이다. 불안 자체가 기성 정치에 금이 생기게 하고 그 불안정의 틈을 타서 다양한 세력이 성장하는 거라 생각한다. 불안의 감정 자체가 우리 보수정당에 없었던 굉장히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강민진= “나이가 젊기 때문에 하는 우려들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다만 세대교체라는 것은 개인의 부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세력이 형성돼야 하는 것이다. 이준석의 경우 그를 뒷받침해줄 수 있고 세대교체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만들어질 것인지를 봐야 한다. 또 정치의 세대교체는 한 정당으로 국한돼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정당에서도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세력이 얼마나 만들어지고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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