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백신레이스' 美中 2라운드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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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
입력 2021-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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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미·중전쟁의 와중에서 벌어진 백신전쟁

이번 코로나 19로 미국은 리더십을 잃었고, 중국은 신뢰성을 잃었다. 세계 최고의 나라 미국이 세계 최대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냈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감염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 인류가 코로나로 신음하는데, 세계의 리더 미국이 한 일이 별로 없다. 심지어는 다른 나라로 가는 방역물품 가로채기를 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전 세계가 고통받은 코로나19의 발병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는데, 중국은 이를 부정하고 계속 딴소리를 했다. 그러자 이젠 중국이 무슨 소리를 해도 전 세계는 믿지 않는다. 이는 중국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미국은 코로나 방역에서는 헛발질했지만 백신 접종에서는 역시 미국이었다. 미국의 바이오 기술과 리더의 정확한 판단은 다시 전 세계가 미국 백신에 줄 서게 만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을 정책의 중심에 두면서 미국경제가, 그리고 코로나로 손상 받았던 미국의 리더십이 화려하게 살아났다.

세계는 지금 두개의 나라로 분류된다. '백신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 '백신을 맞은 나라와 못 맞은 나라'다. 6월 15일 기준으로 백신접종률을 보면 세계 평균이 21%인데 반해 서방 주요국의 접종률을 보면 캐나다가 65%로 가장 높고 다음이 이스라엘로 63%, 영국 62%, 미국 52%, 독일 46%, 프랑스 45%이다.

임상 3상을 통과한 세계 10대 백신 중에서 5개가 중국기업이 관련된 백신이지만 중국은 백신 접종률이 낮았다. 중국은 코로나 확산을 막았다고 여유만만하게 있다가 백신전쟁에 뒤져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6월 들어 중국은 초고속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중국은 5월 초 19%에 그쳤던 백신접종률을 6월 초 47%로 올렸고 하루 1900만~2000만명씩 접종자 수를 늘려 6월 15일 현재 9억2391만명이 접종을 끝내 64%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은 6월 말이면 대략 12억명이 접종을 끝내 접종률 85%에 도달할 전망이다.


중국이 백신접종에 가속도 내는 진짜 이유

백신 접종에 여유를 부리던 중국이 갑자기 속도를 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발병책임 회피, 둘째는 경기, 셋째는 백신외교, 넷째는 동계올림픽이다.

미국의 백신은 세계의 리더십 회복에 중요하고, 중국의 백신접종률은 중국의 코로나 원죄론·책임론이 다시 불거지는 상황에서 '코로나는 발병이 아니라 관리가 문제'라는 식의 면피용으로 중요하다. 중국은 사회주의의 강한 사회통제력을 이용, 가장 빠른 방역으로 '코로나는 발병이 아닌 관리문제'라고 덮었고, 이어서 백신접종으로 경제를 정상화하면서 이를 증거로 삼고 싶어한다. 코로나 발병책임론이 다시 불거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새로운 돌파구를 백신경제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중국은 1분기에 GDP 성장률이 18.3%로 초고성장을 했지만 이는 2020년의 기저효과 때문이고 2년 평균으로 보면 5.1% 수준으로, 이는 중국의 잠재성장률보다 낮다. 그리고 GDP 성장도 투자와 생산이 만든 것이고 소비 부진으로 기업의 재고비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소비확대를 통한 내수중심 성장을 목표로 내건 중국이 이동제한과 통제로 방역에는 성공했지만 소비활성화에 코로나 봉쇄가 장애요인이 된 것이다. 백신접종을 통한 면역 형성이 진짜 경기 활성화에 관건이기 때문에 다시 사회통제력을 동원, 이번에는 백신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서방의 비싼 백신을 살 여력이 없는 나라들에는 중국의 백신외교가 먹힌다. 소위 '백신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을 통한 중국 공격에 대응, 백신외교를 통해 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 우호세력을 만드는 백신외교를 추진 중이다.
이미 중국은 3월 말까지 80여개국에 코로나 백신을 원조했고, 40개국에 수출을 했고, 10여개국과 백신 공동개발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본토에서도 접종률이 낮은 중국 백신에 대한 약점을 자국민의 접종률을 높이면서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수출산업화하고 외교수단으로 쓰려는 것이다.

일본이 7월 23일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하다. 중국도 2022년 2월 4~20일에 베이징에서 제24회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부터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를 보이콧하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은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전인 8월까지는 코로나19 청정국의 이미지를 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그래서 중국은 적어도 7월까지 9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끝내야 코로나 청정국으로 미국의 보이콧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다.


백신접종 후 더 위험해진 세계가 온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이 하반기까지 백신 접종이 끝나면 그간 전 세계적으로 돈으로 만들었던 코로나 특수는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생존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백신 접종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첫째, 천문학적 돈풀기가 가져올 인플레 후유증과 통화긴축으로 인한 금융충격이 기다린다. 둘째, 코로나19로 자기 앞가림에 급급해 사실상 휴전 상태였던 미·중의 2라운드 기술전쟁, 동맹전쟁이 기다린다. 셋째, 코로나가 만든 산업생태계의 대변화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이미 부채비율 축소를 시작했고, 미국도 테이퍼링과 긴축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고 있다. 미·중의 긴축은 시간이 문제이고 그 영향은 한국에 시차를 두고 온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한국은 세계적인 금융긴축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부동산과 재정 확장에 목숨 걸고 있고, 개미들은 이제 주식에서 더 투기적인 가상화폐에 올인하고 있다. 위험하다.

B급 패권국과 B급 강대국이 싸우면 고약한 것이 약한 놈 편가르기다. 미·중의 전쟁은 이젠 기술, 외교, 경제에서 편가르기 경쟁이다. 외교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크게 영향 받는 한국이 미·중의 2라운드 전쟁에서 전략 없이 어정쩡한 스탠스로 가다가는 양쪽에서 터진다. 언택 경제와 사회구조의 양극화 그리고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은 더 빨라질 판인데, 한국의 산업정책은 바뀐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세계의 변화는 해일처럼 몰려오고 해일은 불가항력이지만 올라탄 자는 번성하고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한국은 시간이 많지 않다. 금융, 기술, 산업에서 몰려올 해일에 빨리 대비책을 준비하지 않으면 코로나19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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