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법령] 최신 자치법규 의견제시 사례

정석준 기자입력 : 2021-06-18 10:00

[그래픽=아주경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주경제 이주엽 부국장입니다.
 
아주경제가 법제처와 함께 매주 금요일에 보내드리는 <누구나 법령> 시간입니다.
 
오늘은 그 여덟 번째 시간이자 시즌 1의 마지막 시간인데요,
 
‘최신 자치법규 의견제시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법제처 자치법제지원과 조준현 사무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주엽 부국장 ▷ 사무관님 안녕하십니까?
 
조준현 사무관 ▶ 네, 안녕하세요. 법제처 조준현 사무관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 누구나 법령 네 번째 방송에서 최근 자치법규 의견 제시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는데요, 당시 장기이식법과 인체조직법에 관한 자치법규 의견제시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좀 다른 사례를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사례인가요?
 
조준현 사무관 ▶ 오늘은 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부동산 개발’에 관한 자치법규 의견제시 사례를 준비했습니다. 지난 시간에 ‘지방자치법’ 제22조 본문에 관한 내용을 살펴봤다면, 이번 시간에는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의 핵심내용을 간단히 복습해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크게 자치사무와 위임사무로 구분됩니다. 자치사무는 말 그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복리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처리하는 고유한 사무이고, 위임사무는 원래 국가의 사무이긴 하지만 법령에 따라 그 사무의 수행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긴 사무입니다.
 
위임사무 중 지방자치단체에 수행을 맡긴 사무를 단체위임사무라고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수행을 맡긴 사무를 기관위임사무라고 합니다.
 
이주엽 부국장 ▷ 네, 설명을 들으니 내용이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지방자치법 제22조와는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요?
 
조준현 사무관 ▶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2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 문장을 ‘본문’이라, 뒷 문장을 ‘단서’라 부릅니다.
 
사실 지방자치법 제22조 본문과 단서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22조 본문을 설명을 하자면, 지방자치단체라는 화가가 ‘법령’이라고 부르는 큰 캔버스 위에 ‘조례’라는 그림을 그리는 것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주엽 부국장 ▷ 지방자치단체라는 화가가 ‘법령’이라는 캔버스 위에 ‘조례’라는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비유를 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화가는 ‘법령’이라는 캔버스 안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됩니까? 아무 그림이나 마음대로 그릴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조준현 사무관 ▶ 네, 맞습니다. ‘법령’이라는 캔버스에 ‘조례’라는 그림을 그릴 때 미리 확인해야 하는 사항을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권리 제한, 의부 부과, 벌칙 규정 이렇게 3가지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 일단 지자체라는 화가는 권리와 의무 그리고 벌칙에 관한 그림을 그릴 때 특히 조심을 해야 한다는 말씀인데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조준현 사무관 ▶ 네, ‘법률’이라는 메뉴판에 조례로 권리 제한, 의무 부과, 벌칙 규정에 대한 입법이 가능한지 확인하라는 의미입니다. ‘법률’이라는 메뉴판에 언급이 없다면 그렇게 그릴 수 없고, 그린다고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는 말이죠. 여기서 권리란 쉽게 말해, 주민이 누릴 수 있는 소유권과 재산권과 초상권과 같은 인격권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권리를 제한한다는 말은 재산권의 박탈, 자유의 제약 등을 의미하는 것이고, 결국 당사자에게 매우 불쾌한 상황이 되는 것이죠. 의무는 세금을 내는 것, 운전을 할 때 안전벨트를 하는 것, 다른 사람의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등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죠.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사항이 생긴다는 것이고, 이는 재산권의 박탈과 자유의 제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주엽 부국장 ▷ 결국 개인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와 같은 부담을 지우는 일에는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뜻을 이해가 되는데요, 벌칙 규정은 어떻습니까?
 
조준현 사무관 ▶ 벌칙 규정은 보다 직접적입니다.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불이행한 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을 말합니다. 의사가 아닌 자가 무면허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의료법이 대표적입니다. 의사가 아닌 자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도록 금지 의무가 의료법에 있고, 이를 위반한 자에게 형벌이 내려지는 것이죠. 여기서 ‘징역’은 당사자가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형벌이고, 벌금형은 자신의 재산을 빼앗기는 형벌인 것이죠. 결국 벌칙 규정도 권리 제한과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 다시 한번 정리를 하면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이라는 캔버스에 ‘조례’라는 그림을 그릴 자유로운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 권한이 무한하지는 않다. 즉 조례 안에 ‘권리 제한’과 ‘의무 부과’, ‘벌칙 규정’에 관한 내용을 담을 때는 ‘법률’이라는 메뉴판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조준현 사무관 ▶ 네,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가 바로 그 내용입니다. 사실 이러한 논의는 헌법에서 시작합니다. 대한민국헌법은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기본권은 반드시 ‘법률’이라는 형식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기획재정부장관이 모든 국민에게 소득세를 2배로 징수하겠다고 갑자기 발표하면 우리가 납득할 수 있을까요? 충분한 배경설명이 없으면 이해가 어려울 겁니다.
 
국민에게 의무를 추가하거나, 권리를 제한하는 법규범은 국회 의결로서만 제정될 수 있습니다.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원을 통해 대의제라는 간접적인 방법으로나마 우리 스스로 법률을 만드는 것이고, 이러한 형식으로만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만드는 조례도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을 담기 위해서는 법률에서의 명시적인 언급, 즉 법률의 위임이 필요한 것이죠. 오늘 소개할 자치법규 의견제시 사례도 이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 지금까지 자치법규의 의견제시의 개념 등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해 주셨는데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다 알기쉽게 설명해 주시죠?
 
조준현 사무관 ▶ 네, 고물상이나 폐기물재활용시설 등을 건축법 시행령에서는 ‘자원순환 관련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순환 관련 시설은 그 특성상 악취나 미관상의 이유 등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선호하지 않는 시설이 되기도 합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자원순환 관련 시설이 민원의 대상이 되는 반면, 그렇다고 자원순환 관련 시설을 마냥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시설도 한 사람의 재산이자 건축물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재산권이란 말이죠. 그런데 한 사람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의 소유권에 영향을 주는 상태를 민법 상 상린관계로 부릅니다. 상린관계, 어려운 말인데 쉽게 말씀드리면 ‘소유권의 충돌’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는 고통의 원인이 된다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마냥 지켜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 그렇다면 이런 충돌이 일어났을 때 지자체는 어떻게 이를 해결하게 됩니까?
 
조준현 사무관 ▶ 네, 조례를 통해 주로 해결하게 되는데요, 지자체는 조례로 자원순환 관련 시설을 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자원순환 관련 시설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행정절차가 필요합니다. 건축에 대한 허가와 그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에 대한 허가입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재산권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법률에 근거가 필요합니다. 우선 건축허가의 경우, 건축법에서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어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토지를 개발하는 행위에 대한 허가도 받아야 하는데, 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줄여서 국토계획법이라는 법률에서 관련 절차를 정하고 있습니다.
 
국토계획법은 한정된 자원인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 아래 모든 지역과 토지마다 꼬리표를 달아 그 사용 목적과 활용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용도지역 또는 용도지구로 부르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비슷한 땅이지만 그 경제적 가치가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국토계획법은 토지 위에 건축물을 짓는 등 토지의 상태에 변화를 주는 행위를 개발행위라고 정하고, 개발행위를 하려면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토지의 소유자 입장에서는 토지 개발에 대한 허가와 건축행위에 대한 허가를 모두 받아야 하며, 이에 관한 허가권한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습니다.
 
이주엽 부국장 ▷ 쉽게 말하면 주민들이 싫어할 수 있는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시장으로부터 토지와 건축에 대한 허가를 모두 받아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조준현 사무관 ▶ 그렇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허가를 하는 것과 그 허가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됩니다. 허가를 해주는 것과 별도로 허가에 관한 기준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어떠한 권한이 있냐는 말이죠. 국토계획법 제58조는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문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등 권한에 대한 사항까지 포함하지 않아 해석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사안에서는 특히 자원순환 관련 시설과 인근 지역의 조화와 공존에 대한 허가기준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냐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고물상 주위에 녹지 공간이 충분하도록, 담장의 높이와 재질이 충분해서 주변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도록 조례에 허가기준을 담고 싶은 것이죠. 우선 국토계획법 제58조 제1항 제4호에서 개발행위허가의 신청 내용이 주변 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56조 등에서 개발행위로 건축하는 건축물이 주변 자연경관 및 미관을 훼손하지 않고, 도시계획으로 이미 경관계획이 수립돼 있는 경우에는 그에 적합하여야 하며, 개발행위로 인한 환경오염과 위해 발생 등의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하여 개발행위 기준에 관한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토계획법 제76조 제2항에서 지정된 용도지역이나 용도지구에서 건축물의 종류 및 규모 등의 제한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주엽 부국장 ▷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말씀이 핵심이네요?
 
조준현 사무관 ▶ 그렇습니다. 결론적으로 고물상 등 자원순환 관련 시설에 관한 담장의 높이와 재질 등 세부허가기준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일단 지방자치법과 국토계획법상 관련 조문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관할 구역에 대하여 공간구조와 발전방향을 수립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도시계획사무는 자치사무에 해당한다고 본 후에, 토지이용의 제한, 즉 권리의 제한에 해당할 수 있는 개발행위 허가사항에 관한 세부기준에 대하여는 국토계획법 제76조 제2항 등의 법률위임으로 조례로 정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이주엽 부국장 ▷ 네. 자원순환 관련 시설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국토계획법 뿐만 아니라 관련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세부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네요.
 
아무리 토지의 주인이라 하더라도 그 땅을 자신의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고, 법령과 조례에 맞춰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꼭 염두에 두셔야겠습니다.
 
조 사무관님, 설명 잘 들었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준현 사무관 ▶ 네, 감사합니다!
 
이주엽 부국장 ▷ 오늘 보내드린 <누구나 법령>에서는 자치법규 의견제시 사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 법제처 자치법제지원과 조준현 사무관이었습니다.
 
<누구나 법령>에서 방송된 내용은 아주경제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8차례에 걸쳐 보내드린 <누구나 법령> 시즌 1은 여기까지 입니다.
 
행정법 집행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행정기본법’을 시작으로 법령해석 제도, 해외직구와 관련된 법령들, 그리고 최신 자치 법규의 의견제시 사례 등을 알아봤습니다.
 
실생활에 자주 적용되는 법령을 좀 더 쉽게 설명드리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다음 시즌에서는 좀 더 알찬 내용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이주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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