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지개 연정' 출범...12년만 실각한 네타냐후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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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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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의회서 무지개 연정 승인...라피드·베네트, 공동 국정 돌입

  • '정치색 제각각' 8개 정당 연합에 불안정 지적도...'정국 안정' 최선무

12년 만에 이스라엘의 정권이 교체됐다. 단 1표 차이로 최연소·최장수 총리를 기록한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이 무너졌다. 이제 이스라엘에는 '반(反) 네타냐후'의 기치 아래 극우부터 좌파, 아랍계 등 다양한 정치 성향의 정당이 한데 모인 '무지개 연합 정부(연정)'가 들어선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특별 총회를 열고 신임 투표를 실시해 자국의 새 연립정부를 승인했다. 이날 120명의 의원 가운데 60명이 연정을 지지했고, 59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1표의 기권표는 연정에 동참한 아랍계 정당 라암 소속 의원이었다. 그는 연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긴 했지만, 반대 대신 기권에 표를 던져 의회는 가까스로 새로운 연정을 승인할 수 있었다.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 대표 겸 신임 이스라엘 외무장관(왼쪽)과 나프탈리 베네트 신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사진=UPI·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스라엘에는 반 네타냐후·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를 중심으로 좌파와 극우파, 아랍계 등 8개 야권 정당이 동참한 무지개 연정이 공식 출범한다.

각각은 △원내 제2정당인 예시 아티드(17석)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우파 성향의 '새로운 희망(New Hope Party)'(6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극우성향 야미나(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 등이다.

4년의 임기 동안 총리와 외무장관직은 이번 연정이 성립하도록 마지막 조각을 맞춘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49) 대표와 무지개 연정을 설계한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58) 대표가 각각 번갈아 가며 수행한다.

따라서 오는 2023년 8월까지 임기 전반부의 총리는 베네트 대표가 역임하고, 이후 2년의 잔여 임기는 라피드 대표가 승계한다. 총리를 제외한 25개 (장관급) 각료들은 연정에 참여한 8개 정당의 합의로 선출한다.

현재까지 선출된 각료는 각각 △내무부 장관에 아옐레트 샤케드(45) 야미나 부대표 △교통부 장관에 메라브 미카엘리(54) 노동당 대표 △교육부 장관에 새로운 희망의 이파트 샤샤-비톤(48) 의원 △경제부 장관에 예시 아티드 소속의 오르나 바르비바이(58) △에너지부 장관에 예시 아티드 소속의 카린 알하라르(43) △사회평등부 장관에 청백당의 메이라브 코헨(37) △이민통합부 장관에 청백당의 프니나 타마노-샤타(40) △혁신과학부 장관에 청백당의 오리트 파르카시-하코헨(50) △환경보호부 장관에 메레츠 소속 타마르 잔드베르그(45) 의원 등이다.

이번 연정에는 이스라엘 사상 역대 최다인 9명의 여성 장관이 입각할 뿐 아니라, 아랍계 정당 역시 사상 처음으로 정부에 참여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정권 교체를 자축하는 시민들.[사진=AP·연합뉴스]

 
무지개 연정, 4년 임기 채울지는 미지수...네타냐후 "돌아오겠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4차례나 총선을 치를 정도로 극심해진 이스라엘의 정치 갈등 상황이 이번 무지개 연정으로 봉합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앞서 지난해 3월 총선에선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네타냐후 정권 타도'를 목표로 설립한 청백당이 정치 성향 차이에도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연정을 구성했으나, 예산안 처리 갈등을 계기로 결국 출범 7개월 만에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이번 무지개 연정 역시 각 정당의 이념적 지향점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국정 운영 동력을 얻지 못한 채 정국 불안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 베네트 총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취해온 강경 민족주의 방침 등 기존의 대외정책을 유지하기로 했기에 아랍계 정당인 라암의 반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네타냐후 전 총리의 정권 복귀 시도도 향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네타냐후는 "새 연정이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며, 때론 우방인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을 이겨낼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야당이 되는 것이 숙명이라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이 위험한 정부를 뒤집고 나라를 우리의 길로 이끌 때까지 받아들이고 곧 돌아올 것"이라며 재기를 다짐했다.

하지만 2016년 뇌물·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관련 재판을 받아오고 있는 네타냐후 전 총리가 다시 총리 자리에 복귀할 수 있을지 전망엔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현직 총리가 부여받는 면책 특권을 잃어버렸기에 부패 혐의로 사법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그와 뜻을 같이했던 야미나가 등을 돌리고 '반 네타냐후 연대'인 무지개 연정에 합류했을 뿐 아니라, 네타냐후는 자신의 정당인 리쿠르당 내부에서조차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전 이스라엘 총리.[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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