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고위급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독립국으로 인정하며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위한 유엔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으로서 두 국가 해법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주최했다. 앞서 유엔총회는 지난해 9월 17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불법 점령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하면서 2025년 중 두 국가 해법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를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회의에서 “정치적 해법, 즉 2국가 해법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평화와 안정 속에 살고자 하는 정당한 열망에 응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노엘 장관의 요청으로 회의 도중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2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총 5만9921명이 숨지고 14만5233명이 다쳤다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했다.
무함마드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모든 국가는 지금 행동할 책임이 있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제군 파견을 요청했다. 그는 또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치를 끝내고 무기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두 국가 해법은 국제법에 뿌리를 두면서 유엔총회에서 승인되고 국제사회 지지를 받는 유일한 틀”이라며 두 국가 해법 실현을 위한 노력을 회원국에 촉구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를 통해 서로 독립국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접근법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를 포함한 유엔 회원 193개국 중 최소 142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아직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온 한국은 이날 회의에 국장급 인사가 참석했다. 하지만 당사국인 이스라엘을 비롯한 미국은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에 대해 “생산적이지 않고 시의적절하지 않다”며 “분쟁 조식을 위한 민감한 외교 노력의 중간에 이뤄지는 떠들썩한 선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회의는 평화 촉진 대신 전쟁을 연장하고 하마스를 고무시키며 그들의 방해를 보상하고 현실적 평화 달성 노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분명히 밝혔듯이 이 노력은 10월 7일(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시점으로 가자지구 전쟁의 발단이 된 사건)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며 테러리즘에 대한 보상”이라고 덧붙였다.
대니 다논 이스라엘 유엔 대사도 “이 회의는 해결책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더욱 심화시킨다”며 “인질 석방을 요구하고 하마스의 테러 지배 체제를 해체하려는 노력 대신 현실과 동떨어진 논의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자지구 보건부는 굶주림으로 인한 사망자가 147명으로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성명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사망자 14명이 추가됐다”며 기아와 영양실조로 어린이 88명을 포함해 총 147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 장기화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지난 26일 가자지구에 구호품 공중 투하를 재개하고 이튿날부터 인구 밀집 지역에서 매일 10시간씩 교전을 멈추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정치권의 지시로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등과 협력해 가자지구의 인도적 대응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날 화물 운반대(팔레트) 20개 분량의 식량이 공수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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