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스코틀랜드로 출발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취재진에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물건너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제시한 60일 휴전안과 관련해 하마스가 역제안을 들고나온 것이 도화선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마스는 진심으로 협상을 타결할 생각이 없다”며 “그들은 죽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이제 일을 끝내야 할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내놓은 휴전안을 받는 대신 역제안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는 우리가 마지막 인질까지 확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고, 그것 때문에 협상에 임하려 하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역제안이 전달된 직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끄는 협상단을 중재국 카타르에서 즉각 철수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하마스의 반응은 가자지구 휴전 의지가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대안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집권 동력을 위해 군사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측의 반응에 동조했다. 같은 날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우리는 동맹 미국과 함께 인질들을 귀환시키고, 하마스의 테러 통치를 종식하고, 이스라엘과 역내에 지속적인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협상이 아닌 다른 방식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카타르 협상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긴장이 고조되자 하마스도 대응 움직임을 보였다. 하마스 정치국의 이자트 알리시크는 26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의 발언이 경악스럽다”며 “하마스는 국가적 책임과 높은 유연성을 바탕으로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고자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알리시크는 하마스가 제시한 역제안에 인도적 지원이 이스라엘군 간섭 없이 이뤄질 것과 휴전 60일간 이스라엘군이 주둔할 ‘완충 지대’를 최소화하고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할 것 등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26일 가자지구에 식량 등 인도주의적 구호품의 공중 투하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과 회의 뒤 가자지구 내 전투를 27일 하루 중단하기로 했다. 이런 조치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생존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는 국제사회의 지적 속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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