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버블 본격 추진에…의학계 '방역 우려'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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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1-06-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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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면역 위한 항체 형성 충분치 않은 단계

  • 변이 바이러스 감염 위험, 해외 여행 형평성 등 문제 불거질 소지 충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9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을 본격 추진키로 하면서, 의학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단체여행에 한해 방역 우수 국가에 대한 격리 없는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트래블 버블 대상 후보 국가는 싱가포르, 태국, 타이완, 괌, 사이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트래블 버블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매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백신 접종 속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집단면역을 위한 항체 형성이 충분치 않은 단계에서, 자칫 트래블 버블로 인해 국내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트래블 버블을 고려하려면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최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50%는 넘어 충분한 집단면역 항체가 형성된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7월부터라 해도 국내 1차 접종률이 25% 정도에 불과해, 트래블 버블이 도입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당장 해외로 갈 수 있는 계층이 얼마 되지 않는 점도 우려스럽다. 사실상 고령층이 가기는 쉽지 않고, 노쇼 백신이나 얀센 백신 정도를 맞은 젊은 수요층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다. 이에 따른 해외 여행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소지도 있다"며 "또 여행을 다녀왔다 해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행객의 경우 다녀온 이후 반드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길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도 "백신 접종을 마친다 해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고, 접종 이후로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자칫 해외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변이 바이러스는 일반 코로나 바이러스 대비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역 당국이 트래블 버블 시행에 있어 단체여행만 허용하는데, 이 부분이 역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해외 여행 중 돌파 감염 등이 발생할 경우 단체여행 자체가 집단감염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방역 당국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여권에는 백신 종류, 접종 횟수, 중화항체 형성률 등 여행객의 바이러스 정보 전부가 담겨야 한다"며 "트래블 버블 시행에 앞서 방역 당국이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충분히 거치고 이 백신 여권에 대한 과학적 기준부터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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