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두렵다면서 달러 약세…"물가보다 고용" 연준 태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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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6-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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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3개월간 약 2.5% 하락했다. 달러인덱스의 하락폭은 지난 1년간 약 7%에 달한다.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린 탓이다.

물가상승에 대한 공포 역시 달러 가치 하락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소폭의 금리인상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에 달러인덱스는 소폭 상승해 90을 간신히 넘어섰다. 그러나 아직 단기적으로 금리인상의 신호는 잡히지 않고 있어 상승폭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파이낸셜타임스(FT) 누리집 갈무리]

"물가보다는 고용" 연준의 태도가 반영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제로(0) 금리를 한동안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는 달러 약세의 주원인이다. 연준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물가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연준 구성원 대부분은 물가가 단기적 급등 뒤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당장 연준이 변화를 꾀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 3일 야후파이낸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윌리엄스 총재는 "최대 고용을 이뤄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경기 회복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라 예상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고용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자산매입규모 축소를 위해 정해놓은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연준이 정책 기조를 바꾸거나 어떤 조치에 나설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 역시 지난 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정책 변경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위원들의 이 같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연준이 물가보다는 고용 안정, 즉 경기 회복에 방점을 찍는다는 인식이 달러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약달러는 물가상승 부추겨··· "약세는 한동안 계속 될 것" 
달러 약세의 지속이 오히려 물가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국제 시장에서 원유 등 원자재는 물론 곡물 등 식량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로 이득을 보는 곳들도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 캐터필러 등 국외 수익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는 달러 약세가 오히려 유리하다. 때문에 대형기업들이 많이 분포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3개월 동인 10% 상승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러셀 2000이 기록한 4%의 2배가 넘는 것이다. 

약(弱)달러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투자연구소의 전략가들은 7일 보고서를 통해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가 이어진다고 전망하면서, 신흥국 주식시장이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븐 리포트 리서치의 톰 이사예(Tom Essaye) 대표는 이날 보고서에서 "시장은 여전히 연준을 세계중앙은행 중 가장 완화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런 시선이 바뀌지 않는 한 달러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고용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 전망치보다는 낮았다. 이 같은 지표는 연준이 초저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된다. 아바트레이드의 나엠 아슬람 수식시장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고용지표는) 보다 좋은 지표를 예상했던 달러 강세론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CNN은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부양정책을 지나치게 빨리 끝낸 의장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파월은 달러 약세가 이어지더라도 물가상승이 이어지는 것을 한동안은 두고 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MUFG 은행의 리 하드만 분석가는 "미국 고용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통화 완화 정책을 계속할 근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매달 고용 성장세가 2021년 들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어질 경우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앞으로 1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준이 다음 주 FOMC에서 자산매입규모 축소를 논의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이는 점진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금리 인상은 2023년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유럽 내에서도 가파른 물가상승에 경고등이 커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인플레이션 지표를 반영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달러 하락세는 더욱 강해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편, 도쿄 바클레이스의 가도타 신이치로 수석 통화 전략가는 "달러의 향방은 확실히 주목받고 있다"면서 “시장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연준이 말한 것처럼 일시적인 것인지, 혹은 예상보다 경기 부양책을 줄이고 금리를 인상하도록 만들 만큼 충분히 오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가 계속 상승해도 연준은 이를 일시적이라고 말할 것이며, 올가을까지 확실해지는 것은 없기에 우리는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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