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금융' OK의 反서민 쇼...복잡한 지배구조의 마술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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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1-06-0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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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잔액 축소 아래 은행 인수 허용받자

  • 기존 계열사 외 예수자산대부 별도 설립

  • 러시앤캐시 등 계열사 3곳 채권 싼값 매입

  • 이익잉여금만 2387억...법망 교묘히 피해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사진=OK금융그룹]


OK금융그룹은 대부 자산 상당액을 최윤 회장 가족 회사인 예스자산대부로 넘긴 것에 대해 "(대부 자산의) 부실채권 매각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복수의 기관에 감정을 받아 진행한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밝혔다. 모든 금융회사는 부실채권을 매각할 때 회계법인 등의 실사를 거치는데, 그 과정을 따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OK금융 내 채권추심 대부업체가 이미 있는데도 또 다른 추심 업체를 가족 회사로 만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이 감독당국 감시망을 피하고 막대한 이익을 남기기 위해 예스자산대부를 복잡한 지배구조하에 설립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서민금융을 외쳐온 OK금융이 최 회장 '배'를 불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무늬만 서민금융' 회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래픽=아주경제]

복잡한 지배구조, 감독망 피하려는 꼼수?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예스자산대부 설립 시기와 OK금융의 지배구조 등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예스자산대부는 금융위원회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최종 허용한 지 2개월이 지난 2013년 11월 설립됐다. 그해 9월 금융위는 '대부업체의 신규영업은 최소화하고 대부잔액(금전대부 잔액)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등의 조건으로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했다. 러시앤캐시(법인명 아프로파이낸셜대부)로 저축은행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던 최 회장으로서는 러시앤캐시, 원캐싱, 미즈사랑 등 금전대부 계열사 3곳의 채권을 어디론가 매각해야만 했던 것이다.

당시 러시앤캐시 계열사 중에는 예스캐피탈대부(현 OK에프앤아이대부)가 채권추심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자본금 1억2500만원을 들여 2013년 11월 예스자산대부를 만들었다. 이듬해 7월 러시앤캐시가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예스자산대부는 본격적으로 계열 대부업체의 채권을 싼값에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들인 채권을 추심해 이 회사가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은 2387억원이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 이익잉여금(4555억원)의 52%에 달하는 규모다. 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한 중견 대부업체 사장은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돈을 벌어들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지배구조 역시 석연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예스자산대부는 최 회장이 20%, 최선씨 등 일가족이 54% 등 총 7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6%를 '1인 회사'인 엑스인하우징이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최 회장→J&K캐피탈(100%)→OK에프앤아이대부(100%)→엑스인하우징(100%)→예스자산대부(26%)로 이어지는 구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보면 예스자산대부는 OK금융의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라며 "1인 회사(엑스인하우징)가 예스자산대부 일부를 지배하게끔 만든 것은 감독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려는 등의 이유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당지원 들여다봐야"...'서민금융' 무색
OK금융이 금융위와 한 약정을 깼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위가 2013년 9월 제시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요건에 계열 대부업체 간 채권 거래 금지는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수관계인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30% 이상이면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보기 때문에 예스자산대부는 최 회장의 사실상 가족회사"라며 "가족회사를 설립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이권을 넘겨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스자산대부가 공정거래법(23조의2)이 규정하고 있는 자산이 5조원 이상의 공시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법적 규제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통상적인 것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채권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예스자산대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OK저축은행은 2016년 또 다른 가족 회사인 헬로우크레디트대부에 상당액을 지원하다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어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 영업으로 금융권에 발을 디딘 최 회장은 '서민금융'을 강조하며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러시앤캐시를 통해 JB금융지주의 3대 주주(지분율 9.499%)로도 올라 있다. 소매금융 매각을 추진 중인 씨티은행의 매수 후보로도 오르내리는 중이다. 하지만 최 회장 가족 회사와 관련한 석연치 않은 지배구조 및 계열사 간 채권 거래로 '무늬만 서민금융'이라는 지적은 잇따를 전망이다. OK금융 측은 "계열 대부 자산을 예스자산대부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며, 금융위와 한 약정을 이상 없이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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