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대란'으로 바쁜 해운사에 난데없는 '5000억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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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6-0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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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심사보고서 "지난 15년간 동남아항로 매출 최대 10% 부과"

  • "3년 전 소명 끝난 줄 알았는데"···업계, 수출기업 지원 속 조치 당혹

글로벌 '화물 대란'에 따라 중소 수출기업 지원에 나선 국내 해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과징금 부과 소식에 우려하고 있다. 최근 선복 부족 문제를 관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 5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납부할 경우 회사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상당수 해운사는 지난 4일 동남아항로 컨테이너선 운임과 관련한 적정성 문제로 공정위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상당수 해운사가 의견서 마감시한인 4일까지 고민한 결과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소수의 해운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공정위는 해운사의 의견서를 취합해 공정거래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를 개최해 제재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의견서 제출 전 각 해운사에 도달한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다. 심사보고서에는 2003년 4분기부터 2018년까지 약 15년 동안 해운사들이 동남아항로에서 발생한 매출의 8.5~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전달받은 과징금 부과대상 해운사는 총 23개사로 파악된다. 국적선사 11개사, 외국적선사 12개사다.

해운업계에서는 11개 국적선사가 부담해야 할 과징금 규모가 최대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고려해운같이 동남아항로를 주력으로 삼은 해운사의 경우, 회사의 생존이 우려될 수준의 과징금을 내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공정위 과징금을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해운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시간을 끌어온 조사가 하필 지금 시점에서 조치가 내려진 점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는 2018년 7월 목재 수입업계가 국내 해운사들의 운임비 담합이 의심된다고 신고함에 따라 시작됐다. 공정위는 그해 12월 HMM·흥아해운·장금상선 등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해운사들은 운임비를 둔 공동행위가 적법한 절차임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해운법에는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을 한 자는 다른 외항화물운송사업자와 운임·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한국해운협회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공정위에 소명한 끝에 신고자인 목재 수입업계가 신고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해 12월에 목재협회는 공정위에 해운사에 대한 '선처탄원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고가 접수되고서 3년이 지난 올해 돌연 제재 조치가 확정된 것이다. 충분한 소명을 거쳤고 공정위에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기에 이미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생각한 해운사가 많았으나 오히려 생존 문제를 걱정할 만한 과징금 조치가 내려졌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출을 위한 배편을 찾기가 역대 가장 힘든 시기에서 제재 조치가 내려진 것을 놓고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국내 중소수출기업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운임을 내면서도 선복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상당수 국적선사들은 임시선박을 투입해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화물 대란으로 국내 해운업계가 총력을 기울여 수출기업에 선복을 할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 조치를 내린 것은 매우 당혹스럽다"며 "몇몇 해운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 선복 부족이 심화된 지금 상황을 해결하는 데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진컨테이너선터미널에 체선항 중국 컨테이너선에 크레인이 화물을 싣고 있다.[사진=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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