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신기술 표준화 전쟁] 미래 산업에 속도 내는데…느려터진 정부·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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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1-06-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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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강국 한국, 서비스업 표준 개발은 20년간 150여종 뿐

  • 규제 샌드박스 제도 있지만 사업기간 4년 제한에 기업 불안 커

지난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인해 혁신적인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크다. 전 세계가 신기술 표준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은 서비스 산업에서는 뒤처져있다. 서비스업 표준 개발은 최근 20년간 150여종뿐이다. 이렇다 보니 산업 성장을 규제나 법망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대표적인 예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는 최근 4년간 5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보호할 법망은 뚫려 있는 상태다. 정부와 여당은 가상화폐 시장 과열을 우려할 뿐 실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마련 등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는 지난달 28일에서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금융위원회가 맡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미 너무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뒤늦은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처음으로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규제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뒷북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뒤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 혁명으로 평가를 받는 메타버스는 반쪽에 그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오는 2025년 이 시장이 2800억 달러(약 312조6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지난달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현대자동차와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CJ ENM 등이 참여했다.

메타버스를 이끄는 한 축인 게임업계가 제외되며 업계의 반발을 샀다. 게임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이 신산업으로의 확대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온라인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다. 여기에는 5000만개의 게임과 약 200만명의 개발자, 3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정부는 신기술을 독려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기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현재는 실증특례 기간 내에 안전성이 입증되더라도 법령 정비가 완료되지 않으면 사업 기한이 최대 4년으로 제한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불안 요인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정비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실증특례 기간 만료 전 사업자가 법령 정비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는 경우 실증특례를 임시 허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서비스 분야 국제 표준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진행한다. 서비스 표준 개발과 인증을 대폭 확대해 서비스 산업의 질적인 도약을 이끌어내 향후 5년간 총 100종 이상의 표준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은 획기적인 규제 타파에서부터 비롯된다"며 "국내의 다양한 규제가 제거되지 않으면 세계 경쟁력 확보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국내를 떠나는 기업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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