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잘나가는 美에도 양극화 그늘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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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입력 2021-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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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지난주 막을 내린 남자 세계 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50세의 미국 선수가 최고령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고 난리였다. 골프를 좋아하는 필자도 그 경기를 보았다. 세계적인 수준의 플레이도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더 눈길을 끈 것은 골프장에 운집한 수천명의 갤러리들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자유롭게 대회를 즐기고 있었다. 놀라웠다. 백신의 힘일 것이다. 미국은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을 보면 미국 경제 역시 이제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확신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제 성적을 나타내는 GDP부터 보자. 5월 27일 발표된 미국 1분기의 경제성장률(잠정치)이 연율 6.4%로 집계되었다. 1분기 동안의 경제 회복 속도가 나머지 2~4분기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미국의 2021년 경제성장률은 6.4%가 된다는 의미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했음을 고려하면, 경제 규모가 한국의 몇 배나 되는 미국이 6%대의 성장으로 얼마나 활기찬 경제 상황이 펼쳐질 것인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거시경제 지표인 고용과 물가 지표를 봐도 전반적으로 경제 회복의 방향성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5월 초에 발표된 4월 중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전월 대비 27만여명 증가에 그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100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재택근무 패턴이 유지되고, 자녀가 아직 매일 온전히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상황에서 직장에 복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6월 초에 발표되는 5월 고용 상황을 한번 더 봐야 할 것이다.

느린 경기 회복을 시사하는 고용과 달리 물가 지표는 경기 과열을 나타내고 있다. 5월 중순경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Headline CPI) 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4.2%(전월 대비 0.8%)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모두 시장의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지면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로 인해 중고차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이 물가 상승폭 확대에 기여했다. 일상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항공요금과 같은 부문에서 큰 폭의 가격 상승도 물가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일시적 요인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이러한 일시적 요인은 당분간 더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 수요의 정상화는 더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칸항공은 올여름 미국 노선 운항 좌석 수를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90%, 국제노선은 80%까지 회복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거시경제지표는 호황을 시사하지만, 한 꺼풀만 더 들어가 보면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강한 회복세가 정말 견고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미국은 가계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은데, 소비를 가능케 하는 요인들, 예를 들면 소득이나 재무상황이 바로 위의 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처럼 강한 개선의 모습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가계, 해고되어 실업 상태인 가계, 자녀수가 더 많은 가계일수록 전반적인 재무상황이 평균적인 회복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차별화 현상이 심해졌다.

미국 연준이 코로나 사태로 크게 달라진 가계의 재무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복속도가 차별화되는 모습이 확연하다. 우선, 2020년 4분기 현재 전반적인 재무상황이 괜찮다고 답한 응답자 비중은 75% 수준으로 2019년 4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고졸 미만 학력자 가계 중 재무상황이 괜찮다고 응답한 비중은 같은 기간 54%에서 45%로 줄고, 해고로 실업 중인 가계 가운데서는 66%에서 58%로 줄었다. 이 두 부문에서 약 10% 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했다.

소득 상황도 보면 전반적으로 코로나 이전과 유사한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학력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는 소득이 준 가구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2020년에 소득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가구를 보면, 대졸 이상인 가구 중에서는 소득이 감소했다는 가구 비중이 17%인데, 고졸 미만인 가구 중에서는 그 비중이 23%로 좀 더 많았다. 소득원천별로 보면 노동소득이 있는 가구 비중은 2019년의 69%에서 2020년에는 67%로 대동소이하지만, 노동소득이 아닌 다른 종류의 소득이 있는 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54%에서 61%로 크게 늘었다. 대규모 재정지원이 가계 소득을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미국은 백신 접종 확대로 지금 보이는 놀라운 경기 회복 속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0월부터 적용되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으로 6조 달러(약 6700조원)를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발생하는 물가 상승 유발 효과와 부채 누적에 따르는 부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가계의 체질은 약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모습만 강화되는 것이다. 미국만의 상황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도 백신이 보급되면서 전반적인 활동은 정상화되겠지만, 그 이면에 머물고 있는 취약계층의 어려운 고용 시장 진입 여건, 소득이 발생하기 힘든 상황,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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