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결산] 경제동맹 재확인…반도체·배터리 ‘투자 프리미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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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21-05-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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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SK 투자로 미 중심 공급망 강화 윈윈

  • 미·중 패권전쟁 속 중국 시장 압박도 우려

국내 주요 기업들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지 투자를 강화하며 글로벌 핵심 시장의 우군으로 거듭났다. 

세계적인 반도체‧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경제 동반자를 자처하면서 시장 지위도 더욱 공고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중 패권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2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진행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총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며,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양국의 우호 증진에 주춧돌을 놨다.  

먼저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견제하고, 현지 반도체 기업들의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8%로, TSMC(56%)에 이어 세계 2위다. 앞서 TSMC는 120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 1㎚=10억분의1m)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서 텍사스주 오스틴에 5나노급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게 현실화되면 TSMC보다 50억 달러나 더 투자하게 된다. 파운드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에 공장이 있으면 현지 반도체 기업들의 물량을 확보하기에 용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미국 완성차 1·2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와 손잡고, 140억 달러(약 15조8000억원)를 신규 투자한다. 이번 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0.9%로, 중국(41%)보다 낮다. 

이번 한국 기업들의 투자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경제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양국 간 반도체 투자와 첨단기술 협력, 공급망 협력 강화 약속을 매우 값진 성과로 평가한다”며 “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양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 회복은 물론 신흥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강화돼 국가적 이익과 가치를 포괄적으로 공유하는 한 단계 성숙한 동반자적 관계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 분야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시장에서의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만큼 중국도 중요한 시장”이라며 “이번 미국 투자 결정으로 중국 시장에서 압박을 받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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