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배터리 열정] ①신동빈·최정우·허태수도...배터리 소재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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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입력 2021-05-2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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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배터리용 유기용매 2100억 투입…첫 국산화 도전

  • 포스코, 세계 유일 양·음극재 생산...2025년 양극재 1위 목표

  • GS, 방계기업 코스모신소재 인수설 '솔솔'…시너지 효과 기대

[자료=각 사]

[데일리동방]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에 호응하면서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배터리에 대한 투자 강화는 삼성・SK・LG그룹뿐만이 아니다. 국내 8대 그룹이 모두 배터리와 사랑에 빠졌다. 한미 배터리 동맹으로 더 커지는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의 K-배터리 열정을 점검해봤다. [편집자]

2박3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일정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현장이었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배터리 등 핵심 신흥 기술 분야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SK이노베이션과 LG솔루션이 미국에 약 14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로 한 것과 연계된 것이다.

SK와 LG가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 미국산 우선 구매)’ 정책에 호응하면서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조사 전문기관 마켓 앤 마켓 날리지(Markets and Markets Knowledges)에 따르면 지난해 60억달러(자동차 13억달러) 수준인 미국 내 리튬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14.6%씩 성장하며 2025년 120억달러(자동차 28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KOTRA]

이 같은 배터리 시장 규모 확대는 배터리 소재 산업도 동반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배터리 소재의 경우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40~4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만큼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자동차・우주항공・방위・의료산업 등에 필요한 만큼 안전성이 중요하고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해서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후발 주자들이 배터리 제조업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도 배터리 사업에 희망을 걸 수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재계 순위 상위 8개 그룹 모두 직간접적으로 배터리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삼성·SK·LG그룹은 배터리 제조 글로벌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 생산 글로벌 3위권 업체다. 재계 5~7위인 롯데·포스코·한화 등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8위 GS그룹도 진출을 검토 중이다.

◆롯데 신동빈, 뒷북 논란에도 과감한 투자

“고부가 스페셜티 및 배터리 소재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해 당부한 내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에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


그로부터 5일 후인 지난 20일 롯데케미칼은 21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용 유기용매 설비를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롯데케미칼이 생산 예정인 배터리용 유기용매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이미 해당 유기용매 원재료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설비를 갖춰 국산화에 나설 경우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분리막 소재 시장에도 진출한 롯데케미칼이지만 신 회장은 당초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지난 2019년 ‘뉴롯데’ 비전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지만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지난 2020년 2월 롯데알미늄이 헝가리에 1700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 공장을 세우기로 하면서 배터리 소재 산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롯데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 등의 가격 변동성이 문제가 되면서 빠르게 새 먹거리를 배터리 소재로 바꾼 것이다.

이후 신 회장은 일본 쇼와덴코에 1600억원, 두산솔루스에 2900억원 등 잇따라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배터리 소재 산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들 때 뒷북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알면서도 과감히 체질을 바꾸고 투자에 나선 것도 용기”라며 신 회장의 사업 전환을 높이 평가했다.

◆포스코 최정우, 양·음극재 통합해 경쟁력 견인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분야에 진출한 국내 1세대 기업으로 꼽힐 만큼 오랜 업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0년 5월 포스코에서 나오는 ‘타르’로 리튬전지음극재 생산을 시작한 포스코켐텍(현 포스코케미칼)은 이듬해 충남 연기에 연간 2400t 규모의 2차전지 음극재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이후 꾸준히 배터리 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키워왔지만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떠오른 것은 2018년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다.
 

2019년 10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리튬 추출 데모플랜트 건설현장을 방문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취임 전 6개월 간 포스코켐텍의 대표를 지낸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선정했고 음극재를 생산하던 포스코켐텍과 양극재를 만들던 포스코ESM을 합병해 지금의 포스코케미칼을 만들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기업은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회사에 양극재에 이어 음극재까지 공급하기로 했으며 지난 1분기에는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성장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일에는 호주 광산회사의 지분을 인수,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오는 2025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최 회장과 포스코케미칼의 포부다.

◆GS 허태수, 한차례 실패한 배터리 소재 재도전?

최근 허태수 GS 회장은 양극재 생산 업체 코스모신소재의 충주 공장을 방문했다. 허 회장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 그룹 주요 인사들과 현장을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계에서는 GS가 코스모신소재와 함께 배터리 소재 사업에 재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협업 형태로는 인수·조인트벤처·지분투자 등 다양한 가능성이 언급됐다.

GS는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이른바 ‘흑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GS칼텍스는 신성장동력 마련과 ‘녹색성장’ 사업을 위해 양극재 생산 기업 ‘대정이엠’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2013년 GS칼텍스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GS에너지가 이 지분을 승계하고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GS이엠을 만들었다. 

하지만 야심찼던 시작과는 달리 사업은 매년 적자였고 결국 2016년 양극재 부문을 LG화학에 매각했다. 이후 2018년 GS이엠을 완전히 청산하며 GS그룹은 12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접었다.

현재 돌고 있는 코스모신소재 인수설도 GS그룹이 의욕을 갖고 배터리 소재 사업을 진행하던 지난 2014년에 먼저 나왔던 이야기다.

코스모는 GS의 방계 기업이다. 코스모신소재의 모회사 코스모그룹 허경수 회장이 LG그룹 공동 창업주이자 GS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회장의 손자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협력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0년 전과는 달리 배터리 소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GS그룹의 석유화학 부문과도 사업 상성이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코스모도 보유 자금이 부족해 2차전지 관련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GS그룹의 제안이 반가울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한화, 포스코에 이어 롯데케미칼까지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GS그룹도 다시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며 “코스모신소재와 협력 시 좋은 시너지를 예상하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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