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중재·바이든 압박' 이·팔 휴전 합의했지만…동예루살렘 갈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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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5-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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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인 수백명 희생된 이·팔 무력충돌 11일째 종료

  • 바이든 "적대행위 종식 위한 네타냐후 결정에 찬사"

  • 이집트 중재 역할·바이든 압박, 휴전 합의 이끌어내

  • 블링컨 美국무, 수일내 중동 방문…이·팔 협력 논의

  • 분쟁 근본 원인 해결책은 아직…재발 우려도 여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중단됐다. 이집트의 중재로 양측이 '조건 없는' 휴전안에 동의하면서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측의 무력충돌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국경지대에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야포가 가자지구를 향해 포탄을 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정부는 성명을 통해 "안보 내각은 만장일치로 휴전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휴전은 상호 조건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21일 오전 2시부터 휴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휴전 선언은 지난 10일 하마스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양측의 무력충돌 11일째 되는 날 이뤄졌다. 하마스의 로켓포 선제공격에 분노한 이스라엘이 사실상 일방적인 공세를 가하면서 가자지구는 초토화됐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선 아동 61명을 포함해 232명이 목숨을 잃고, 1900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에서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자 12명, 부상자 300여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번 분쟁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이스라엘 경찰이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종교활동 제한과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일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에 경찰을 투입해 팔레스타인 주민 진압에서 나섰고, 같은 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를 쐈다.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발끈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면서 이번 무력충돌이 11일간 이어졌다.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휴전안 합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 바이든 "이·팔 휴전 환영···팔레스타인 인도주의 지원"

양측의 휴전 선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크로스홀 연설에서 환영의 뜻을 전하며 미국 정부가 인도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부터 하마스와 조건 없는 휴전에 동의했다고 전달받았다"며 "적대행위를 11일 이내에 끝내기로 한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우리가 진전을 이룰 진정한 기회를 가졌다고 믿는다"며 "또 분쟁 기간 지속해서 말해왔던 바를 (네타냐후 총리에게)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 기간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며칠간 네타냐후 총리와 6차례 대화를 나눴고, 이스라엘 아이언돔 방어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한 차례 이상 대화를 했다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똑같이 안전하고, 안정되게 생활하고, 동등한 자유, 번영, 자유,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 행정부가 조용하고 끈질긴 외교 정책을 계속해서 펼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향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고자 유엔과 다른 국제 이해당사자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단순히 군수품을 다시 보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수일 내 중동을 방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지역 상대방(카운터파트)을 만나 양측의 협력 방안과 복구 노력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국무부는 밝혔다.
 

20일(현지시간)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이 카이로 외무부에서 아잠 알 아흐마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고위관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조건없는 휴전' 이집트 중재·바이든 압박 결과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끌어내기까지 이집트의 중재 역할이 컸던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이집트 정부에 사의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집트 정부가 휴전 중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집트 국영 TV에 따르면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중재를 위해 각각 안보 대표단 2개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 파견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있을 때마다 중재를 시도했고, 이번에도 이집트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중재에 성공한 것이다. 이집트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과 백악관 고위보좌관들의 노력도 높이 평가했다. 이와 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은 전쟁 발발 이후 중동 고위 관리들 및 세계 지도자들과 80건 이상의 전화 통화를 하는 등 행정부 관료들과 배후에서 외교전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집트 대통령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논의했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집트 중재 이외 미국의 경고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끌어냈다고 진단했다.

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워싱턴 정가와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압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통적 관계를 흔드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관계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부터 끈끈한 관계였다. 그런데 이런 바이든 대통령이 경고와 비판 목소리를 내자 네타냐후 총리도 이를 수용, 하마스와의 협상에 나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동맹국 중 이스라엘을 공개 비판한 국가는 없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민주당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민주당 입장에서도 더는 네타냐후 총리의 '협상 불가' 태도를 방어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건물이 완전히 파괴된 모습. 지난 10일 이후 열흘 넘게 계속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로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219명과 이스라엘인 1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자지구에서는 병원 6곳과 보건소 9곳을 포함한 450여 채의 건물이 파괴되거나 심하게 손상됐다.[사진=AFP·연합뉴스]

 
◆분쟁 촉발 원인 해결은 아직···무력충돌 재발 우려 여전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이번 분쟁에서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베니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가자 공격으로 전에 없는 군사적 소득을 올렸다"고 이스라엘의 대응을 평가했다.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도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신의 가호로 우리는 적과 그 기관 그리고 야만적인 군대에 굴욕을 줬다"면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위반하거나 가자지구를 공격하면 다시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의 휴전 결정에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이번 충돌의 배경이 된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무력충돌을 촉발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 양측의 무력충돌이 재발할 우려가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지도자에게 휴전 합의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통치자들은 휴전 합의를 지켜야 한다"며 "평화 회복을 넘어 근본적 전쟁 원인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작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67년 이전 경제를 기반으로 한 '의미 있는 합의(meaningful negotiations)'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를 위해 유엔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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