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친자식은 안 때린다고? 아동학대 주범은 '친부모'

정석준 기자입력 : 2021-05-10 16:48
아동학대 가해자 중 양부모 비율 0.3% 불과... 친부모는 72.3% 달해 피해 아동 발견율 3.81%로 증가세... 해외보다는 낮아 아동 학대 사망자 절반 이상이 3세 미만 영아... 피해 아동의 쉼터 이용 어렵다 지적
두살짜리 입양 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양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다수 매체는 피해 아동이 '입양아'라는 이유로 이 사건을 올해 초 논란이 된 ‘정인이 사건’에 빗댔다.

'정인이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정부는 입양 제도를 개선하고 아동 학대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하지만 양부모가 입양아를 학대하는 경우는 1% 미만에 불과하다. 대신 이 두 사건은 입양아 외에 '영아 사망'이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다른 형태의 영아 학대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동학대 가해자 중 양부모는 0.3%...영아 사망 비율은 절반 넘어
10일 경찰에 따르면 입양한 두살짜리 여아를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30대 양부에 대해 경찰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한 병원 의료진은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 온 영아가 뇌출혈 증상을 보이고 온몸에 멍이 든 점을 근거로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양부는 현재 손과 주먹, 나무재질의 구둣주걱 등으로 여아의 얼굴과 머리 등을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양한 영아(만 3세 이하)를 폭행한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입양한 생후 16개월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일명 ‘정인이 사건’의 양모 장씨와 남편 안씨는 오는 15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두 사건처럼 아동 학대 가해자가 양부모인 경우는 극소수다. 오히려 대부분의 아동 학대는 친부모가 가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사례는 3만45건으로 4년 전 1만1715건에 비해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양부모가 학대 가해자인 경우는 0.3%(94건)에 불과했다. 반면 친부(1만23781건) 또는 친모(9342건)가 가해자인 경우는 72.3%에 달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특히 학대로 인해 사망한 영아 수가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2019년 학대 끝에 목숨을 잃은 영아는 28명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망사례(42명) 중 66.6%를 차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생아 및 영아를 ‘학대에 의한 사망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고우현 세이브칠드런 권리옹호부 매니저는 “어린이집을 다녀도 외부인에게 수시로 노출되지만, 영아는 집 밖에서 안전을 확인할 기회가 많이 없고 그에 비해 방어 능력은 더 낮다”고 지적했다.

피해 아동 발견율은 2015년 1.32%에서 2019년 3.8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피해 아동 발견율이란 아동 1000명당 학대 사례 비율을 의미한다. 아동 학대 발견율 증가세는 그동안 강화된 아동 보호 관련 제도의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같은 해 미국(9.2%), 호주(10.1%)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은 여전히 낮은 발견율을 기록했다.

고우현 세이브칠드런 매니저는 “여러 분석이 더 필요하지만, 아직 가정 내 체벌 등에 대해 관대한 부분이 있어서 신체적인 폭력이 아닌 단순히 과한 훈육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경찰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아직 처음 아동 학대를 신고했을 때 어떤 경찰을 만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인이 사건의 경우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로 경찰 등 관계자가 현장 조사를 실시해 학대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피해 아동 관점에서 세밀한 대응 노력이 미흡했으며 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아동 보호 체계 강화 나섰지만...영아 보호기관은 여전히 부족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양을 추모하며 시민이 두고 간 해바라기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1월 보건복지부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개입했음에도 대응 인력의 전문성·협업 노력 부족으로 현장에서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현장 중심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초기 대응 전문성 및 이행력 강화 △대응 인력 확충 및 근무 여건 개선 △즉각 분리제도 시행 등이다.

같은 달 국회도 이른바 ‘정인이 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과태료와 벌금 수준 상향과 경찰 권한 확대 등이 담겼다. 이외 입양 전 적격성 심사 및 위탁 법제화, 예비 양부모에 대한 교육 및 입양 기관에 대한 정부 관리·감독 강화 등 입양특례법 개정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아동 학대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지적받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9년 아동 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 267건 중 12.3%에 그쳤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가 정서적 확대나 방임의 경우에는 형사 처벌을 위한 고의성 등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학대라고 말할 수 있지만 형사 처벌에서는 여지가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례에는 훈육을 포함해 아동학대 적용 범위가 한국보다 넓어 범죄로서 처벌을 받지 않아도 법원이 학대 가해자에게 전문기관에서 상담이나 교육을 받도록 명령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 보호 기관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우현 세이브칠드런 매니저는 “어린아이일수록 보호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데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영아의 경우 쉼터에서도 선뜻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쉼터를 이용하기 너무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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