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은행권 영업점 무더기 폐쇄…4대 은행서만 80곳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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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1-05-1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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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 은행, 작년 222곳 이어 올해 108곳 더 축소

  • 저금리로 수익성 악화·비대면 금융거래 급증

  • 당국, 금융소외 우려 지침냈지만 강제성 없어

올여름 은행 영업점이 무더기로 사라질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제동에 한동안 눈치를 봤던 주요 시중은행들이 다시 지점 축소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 소외계층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은행권은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강화된 점포 폐쇄 절차가 무색해지면서 다시 한번 당국과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점 폐쇄에 들어간다. 오는 6~8월 사이에 폐쇄되는 영업점 숫자만 80곳에 가깝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만 100개 넘게 폐쇄··· 감소폭 1위는 KB

4대 은행 중 영업점 축소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7월 12일 28개점을 대거 폐쇄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6곳, 경기 4곳, 부산 4곳, 경북 3곳, 전남 2곳, 인천·대전·대구·울산·광주·세종·강원·충북·제주 등이 각각 1곳씩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에도 20개점의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만 총 48곳의 영업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시기 점포 폐쇄를 예고했다. 신한은행은 8월 2일 13개 영업점을 동시에 폐쇄한다. 서울에 소재한 영업점이 6개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밖에도 경기 3군데, 대구 2군데, 인천과 제주에서 각각 1군데의 영업점이 폐쇄된다. 앞서 2~4월에도 신한은행은 영업점 6곳을 줄였다.

하나은행은 이미 영업점 3곳의 폐쇄를 마쳤으며, 다음달에는 총 16개의 지점 및 출장소를 폐쇄할 예정이다. 다음달 21일 현대모터 금융센터 IKP·구리·광명·정자동·구로상가·봉천역·군자동 등 7개를, 같은 달 28일에는 강남대로·삼성노블카운티 PB센터·분당미금·명일동·부천시청역·등촌파크·오목교역·침산동·사직중앙 등 9개 영업점의 문을 닫는다.

우리은행의 경우 7월 12일 대치북·동탄역·둔촌남·봉천중앙·성남남부·수리동·산월중앙·안양벤처·암사동·역삼동·월피동·일산덕이·청계8가·하계동·화성정남 등 16개 지점과 투체어스타워팰리스·군인공제회·평촌관악타운 등 3개 출장소 등 총 19개 영업점을 닫는다. 6월 폐쇄 예정인 김포공항국내선·국제선 출장소 2곳과 올해 이미 폐쇄한 3곳을 합치면 22개 지점이 사라진다.

4개 은행을 합치면 올해 들어 폐쇄했거나 폐쇄를 확정한 영업점 숫자만 108개에 달한다. 시중은행들이 '역대급'으로 점포를 줄였던 지난해 추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4대 은행은 총 222개의 점포를 줄였다. 국민은행의 감소폭(79개·1051→972개)이 가장 컸고, 하나은행의 경우도 70개가 넘는 영업점(73개·725→652개)이 사라졌다. 우리은행(53개·874→821개), 신한은행(17개·877→860개) 영업점 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아직 2분기가 채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한 해 줄어드는 점포 수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악화에 비대면 거래 급증··· "점포 축소는 불가피"

최근 몇년간 은행권은 지속적으로 점포를 줄이는 데 주력해왔다.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점포 수는 2015년 4314개에서 2016년 4144개, 2017년 3861개, 2018년 3834개, 2019년 3784개, 2020년 3546개로 매년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들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항변한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따라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만큼, 몸집 줄이기는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 실적은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7조269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3.1% 감소했다.

4대 은행 모두 당기순이익이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점포 축소에 적극적인 은행들의 감소폭이 작았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3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줄었다. 하나은행은 작년보다 5.9% 줄어든 2조244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은행은 10.3% 줄어든 1조3703억원, 신한은행은 10.8% 줄어든 2조782억원을 기록했다.

점포 한 곳을 운영하는 데 평균적으로 연간 17억원 수준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점당 2000억원 규모의 여·수신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적자 점포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흑자 점포에 인력을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금융거래 환경 또한 점포 축소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영업점을 직접 찾는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거래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공개한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뱅킹 일평균 이용 금액은 9조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45.2% 늘어났다.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 또한 일평균 1033만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18.8%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하루 이용 건수가 1000만건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고령층은 어디로··· 자율 규제 한계 드러나

은행권의 입장과 달리 영업점 감소 추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은행권이 수익성을 명분으로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 고객의 불편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의 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8.9%에 불과하다. 60대 이용률 역시 32.2%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 2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은행이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 위주로 금리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령층의 금융 거래조건이 불리한 경우도 있었다. 신용평가상 불이익, 정보력‧협상력 부족 등도 문제다. 70대 이상 연령층의 신용대출 평균 연체율은 2.3%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지만, 평균 금리는 13.0%로 오히려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측면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윤석헌 당시 금감원장이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당국이 경고에 나서면서 은행권도 잠시 몸을 낮췄다. 지난 3월 시행된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고객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사전에 평가하고 은행 소비자보호부서와 외부 전문가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가 결과 소비자의 불편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점포의 유지 또는 지점의 출장소 전환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폐쇄 절차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점 줄폐쇄가 이어지는 것은 해당 규정에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외부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했지만, 은행과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자율 규제인 만큼 엄격하게 지키지 않더라도 마땅한 페널티가 없다"며 "신임 금감원장이 선임되면 점포 폐쇄를 둘러싼 당국과 은행권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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