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코넥스 이전상장 철회... '성장 사다리' 의미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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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1-05-0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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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초 이후 코넥스→코스닥 이전 4개사 상장 자진철회

  • 상반기 중 이미 이전상장 철회 기업 지난해 육박

[자료=한국거래소 제공]



코넥스 기업들의 이전 상장 시도가 연이어 불발에 그치며 코넥스 시장의 제도적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 요건을 채우지 못한 기업들의 '성장 사다리'가 되기 위해 출범했으나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넥스 상장 기업 이노벡스는 지난 3일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주력 사업인 터널광고시스템(TAS)의 해외 설치 등 사업구조를 강화한 뒤 이전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이전 상장을 철회한 '코넥스 전학생'은 이노벡스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드라마 제작사인 래몽래인이 한국거래소 심사 도중 상장을 포기했다. 3월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인 인카금융서비스와 핀테크 보안기술 기업인 시큐센이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했다. 작년 말 이전 상장을 결정한 라온테크의 경우, 한국거래소 심사는 통과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아 상장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노벡스까지 포함하면 연초 이후 이전 상장을 시도한 코넥스 기업 중 4곳이 상장을 철회하고, 1곳이 정정요구를 받았다. 지난해 심사 승인을 받은 피엔에이치테크 이후 이전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아직까지 단 한곳도 없다. 공모주 시장에 역대 최고 수준의 투심이 쏠리며 직상장 기업들이 연이어 청약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코넥스 시장은 기업공개(IPO)가 어려운 성장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2013년 출범했다. 코넥스-코스닥-코스피로 이어지는 자본 조달 시장의 첫 단계를 담당하는 셈이다. 이전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코넥스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도 루켄테크놀러지스, 에브리봇, 엠로, 에이비온, 에스앤디 등 다수 기업이 코스닥 이전 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심사 도중 자진 철회 사례가 이어지며 이들 기업의 이전 상장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티씨엠생명과학, 에이비온, 듀켐바이오, 에스엠비나, 에스엘에스바이오 등 5개 기업이 이전 상장을 추진하다 심사 도중 철회 의사를 밝혔다. 상반기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이전 상장에 실패한 기업들이 나타난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진 철회 형식이지만 상장 심사 중 일어난 일인 만큼 사실상 미승인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며 "이전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연속적으로 심사 도중 상장을 포기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코스닥이나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코넥스 전학생'들의 성과가 직상장 기업들보다 저조했던 것도 아니다. 코넥스협회가 지난해 연세대 신현환 교수 연구팀에 의뢰한 연구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코넥스 개장 이후 이전 상장 기업들의 상장 이후 주가수익률은 직상장 기업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매입보유초과수익률(특정 시점에 주식을 매입해 일정기간 보유했을 때 발생하는 초과수익률)로 분석한 결과 이전 상장 기업들의 장기 주가수익률은 직상장기업보다 높았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올해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도 0건인데 현재까지 이전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한 곳도 없는 상태"라며 "이런 유명무실한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코넥스 시장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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