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기획칼럼] 1. 다문화 아닌 가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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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수석 논설위원
입력 2021-05-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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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문화가정 없듯 다문화는 틀린 표현

  • 피부색 등 차별 말고 '이주배경가정' 쓰자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서도 5월은 푸르고 어린이는 자란다. 어린이날을 맞아 곳곳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청소년를 지원하는 행사를 벌인다. 그런데 과연 다문화가정은 옳은 표현일까 곰곰 생각해본다.

다문화가정(가족)이라는 말은 한국이 만든 신조어다. 한국에서만 쓴다. 다문화(多文化)는 뜻 그대로 문화가 여러 개라는 말이다. 영어로 멀티컬춰럴(multicultural)이라고 적는다. 영미권 대학에는 멀티컬춰럴 센터가 있다. 외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을 위한 곳이다. 그런데 이를 가족, 가정에 붙이지는 않는다. 이민자 가정, 00계 미국인처럼 부르거나 아예 인종-지역 차별적인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는 걸 금기시한다.

이 단어는 2008년 만들어진 ‘다문화가족 지원법’ 2조에 정의돼 있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상 결혼 이민자와, 대한민국 국적법에 따라 국적을 취득한 전(前)외국인 등으로 이뤄진 가족이다. 다문화가족은 다양한 외국 문화, 언어를 가진 가족을 뜻한다. 그런데 이 말이 대표적인 차별의 용어로 쓰이고 있다.

“어이 다문화, 이리와 봐”
대한민국에서 피부색이 '상대적으로'  더 짙거나 한국어가 어눌한 ‘이른바’ 다문화가정 출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듣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이 나쁜 의도를 갖든 아니든 이들에게는 모욕적이다. 한반도 남쪽 지방에서 태어나 그 지역 구수한 사투리를 완벽하게 말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청년 역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다문화가 아닌 타(他)문화다. 배척하고 차별하는 용어로 다문화가 쓰이고 있다. 문화를 피부색, 핏줄 그 자체로 부르는 건 언어도단이다.

다문화가정의 반대말은 단(單)문화가정일 터. 어느 가족, 가정이든 단문화가정은 없다. 모든 가정은 다문화 아닌가. 결혼부터가 다문화다. 부부는 서로 다른 배경과 환경을 가진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만든 복수 문화의 물리적 결합이다. 부부가 자녀를 낳으면 부모세대와 자녀들의 문화는 결코 같을 수 없다. 모든 가정, 가족은 다문화다.

이주배경가정이라는 말은 낯설었다. 청소년복지 지원법 18조에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지원’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주배경청소년은 다문화가족 청소년과 ‘그 밖에’ 국내로 이주해 적응이 어려운 청소년을 말한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근처에 자리한 <이주배경청소년 지원재단>을 찾아 설명을 들었다. 재단 관계자는 “다문화라는 호칭은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큰 상처입니다. 백인 아빠 혹은 엄마가 있는 가정은 다문화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에 차별적인 의미가 포함되지는 않지만 그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주배경청소년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외국인 가정 자녀, 탈북자 가정의 자녀 혹은 탈북청소년을 말합니다.”

다문화가정은 적확한 단어가 아니다. 틀렸다. 이주배경가정이 맞다. 지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2세,3세를 낳아 이루는 가정은 뭐라고 부를 것인가. 이들은 그저 평범한 한국인 가족, 가정이다. 2030년 어린이날에는 다문화가정 출신 어린이라는 말을 쓰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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