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인]‘비단장수 왕서방’을 키운 재물신과 상방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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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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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경영연구소 주최 차이나 비즈니스 세미나

  • '역사와 만나는 중국 지방 상인 대해부

  • '중국 문화 여행'의 저자 최종명 작가 강연

‘비단장수 왕서방’은 오랜 시간 각인된 중국 상인의 대명사로 쓰인다. 이 말에는 돈을 밝히는 중국인에 대한 조롱의 의미가 담겨있지만 중국인의 돈 버는 수완이 뛰어나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크다.

뛰어난 상술을 자랑하는 중국 상인에는 기원전부터 시작하는 수천년의 역사가 배어 있다. 중국을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이끈 이들이 상인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역사가 깊은 만큼 문화도 다양하다. 지난 27일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가 주최한 99회 차이나 비즈니스 세미나 ‘역사와 만나는 중국 지방 상인 대해부’ 강연에서 ‘중국 문화 여행’의 저자인 최종명 작가는 중국의 상인 문화 중 ‘재물신’과 ‘상방(商幇)’을 특히 재미난 문화로 꼽았다.
 

조공명을 형상화한 그림 [사진=바이두백과]

중국 상인을 키운 3대 재물신 ‘비간·조공명·관우’
중국에는 유명한 재물신이 여럿 있다. 이 중 중국 곳곳에 위치한 도교사원에서 재물과 행운을 가져다 달라며 중국인들이 숭배하는 신은 비간(比干)과 조공명(趙公明), 관우(關羽)다. 이들은 문(文)재물신과  무(武)재물신으로 나뉘는데 비간이 문재물신이고 무재물신은 조공명과 관우다.

비간은 중국 고대 왕조인 상(商)나라 시대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지만, 중국에서는 최초의 충신으로 알려져 있다. 상나라가 멸망하기 전 마지막 군주인 주왕에게 충언을 고하다가 이 충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심장을 칼로 도려내 목숨을 끊은 설화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원 전 인물인 비간이 아직까지도 재물신으로 추앙되고 있다고 최 작가는 설명했다. 

조공명 역시 상나라 때의 인물이다. 조공명은 주나라 건국의 주역인 강태공(姜太公)이 상나라를 멸망시킬 때의 그의 적이었다. 그런데 강태공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조공명을 용맹스럽고 충성스러운 인물로 기록했다. 조공명의 충의가 적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대단했다는 의미다.

실제 조공명의 모습이 담긴 그림에서 그는 흑색 얼굴에 머리에는 철로 된 투구를 썼으며, 손에는 쇠 채찍을 든 채 검은 호랑이를 타고 긴 수염을 흩날리는 용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최 작가는 “이는 도교적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라며 “쓰촨에서는 수련을 할 때 검은 호랑이를 탄 조공명을 신을 지키는 수호 장군으로 삼는다”고 부연했다.

관우는 세 재물신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관우가 재물신이 된 이유는 그의 고향이 산시(山西)성이라는 것과 연관이 깊다. 최 작가에 따르면 산시성의 상인 공동체 상방인 진상(晉商)은 성 내 함수호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내다 팔았는데, 소금을 팔기 위해 길을 떠날 때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호신으로 관우를 섬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진상이 부를 축적하면서 점차 관우를 신으로 믿는 이들이 늘어났고, 향후 중국 전체에서 관우를 재물신으로 숭배하게 됐다고 최 작가는 전했다. 
 
'은행'도 '경극'도 탄생시킨 중국 상방 문화
중국의 상인 문화를 언급할 때 ‘상방’도 빼놓을 수 없다. 상방은 앞서 산시성의 진상을 설명할 때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상인 집단을 말한다. 거대한 비즈니스 세력을 형성하며 중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명나라 때 최초로 나타났다.

각 지역별 상방 중에서는 산시, 후이저우, 차오저우, 산시(陝西), 닝보, 산둥, 푸젠, 둥팅, 장유, 룽유방을 10대 상방으로 꼽는다. 이들은 중국의 경제계를 들었다 놨다 할 만큼 세력이 커졌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문화가 발전한 상방은 산시성의 ‘진상’과 후이저우의 ‘휘상(徽商)’이라고 최 작가는 꼽았다.

진상은 중국 제일의 상인으로도 불린다. 중국 최초의 현대적 금융기관인 ‘표호(票號)’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산시성의 가장 중심도시인 ‘핑야오’에서 진상들은 표호를 설립하고 종이어음을 발행해 전국에 유통시켰다. 이때부터 상인들은 금·은 등을 궤짝에 넣어 먼 거리를 이동하느라 도적 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 

표호와 함께 표국이라는 문화도 있다. 표국은 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자 사업이다. 현대의 택배업과 비슷한 것으로, 상품·물건·금괴 등을 지정된 장소로 안전하게 옮기는 업무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진상의 표국이 크게 발달했다. 다만 이 표국은 표호의 발달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최 작가는 귀띔했다. 

후이저우의 휘상 문화로는 ‘경극’이 가장 유명하다. 청나라 건륭제가 팔순을 맞이했을 때, 후이저우 휘상들은 돈을 벌기 위해 연극을 준비해 베이징으로 향했다. 이 연극을 본 건륭제가 감탄을 금치 못했고, 당시 이 연극의 이름은 휘상의 휘를 따 ‘휘극’으로 불렸다.

이 휘극은 베이징 일대에서 ‘황제가 감탄한 연극’이라며 인기를 끌었다. 따라서 휘상들은 베이징에 눌러앉아 공연을 했고, 결국 이름이 베이징의 '징(京)'을 딴 ‘경(京)극’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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