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역사부터 현대 미술까지...볼만한 전시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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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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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전 개최

  • 갤러리현대, 박현기 개인전 ‘I’m Not a Stone‘...20년 작품세계

렌 라이, 컬러 박스, 1935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만화영화(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고(故) 박현기(1942~2000)의 전시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윤범모)은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전을 오는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지난 23일 개막한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은 20세기 초반 만화영화 고전 작품과 제작기법을 함께 살펴보며 오늘날 중요한 영상예술로 자리 잡은 만화영화의 역사와 맥락을 조명하는 전시다.

만화영화는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으로 촬영, 조작해 화면 속 대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촬영한 영화와 그 기술을 지칭한다. 영화만큼이나 오래된 영상 장르인 만화영화는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개발·시도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1920~40년대 만화영화 제작기법을 선도한 작가 5인의 대표 영화작품과 그들의 제작기법을 소개한다.

독일 출신의 로테 라이니거(1899~1981) 오스카 피싱거(1900~1967), 뉴질랜드 출신의 렌 라이(1901~1980), 체코 출신의 카렐 제만(1910~1989), 스코틀랜드 출신의 노먼 매클래런(1914~1987)은 세계대전의 격동기 속에서도 보다 실감 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작품 제작을 지속했다.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 제한적인 도구와 재료, 수작업만으로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 그들의 작품은 만화영화 역사의 전환을 이룬 고전으로 남아 후대의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수천 장의 종이 인형을 만들고 그 그림자를 촬영하는 ‘실루엣(silhouette) 만화영화’의 대가 로테 라이니거의 ‘신데렐라’(1922)와 ‘카르멘’(1933), 추상 영화를 통해 색, 형태, 리듬을 사용하여 후대 애니메이터에게 영향을 끼쳤고 시각적 음악의 예술을 발전시킨 오스카 피싱거의 ‘밀납 실험’(1921~26)과 ‘푸른 색의 작곡’(1935)을 만날 수 있다.

필름 표면에 직접 선을 긋고 색을 칠하는 ‘다이렉트 온 필름(direct on film) 만화영화’ 기법을 개척한 렌 라이의 ‘투살라바’(1929), ‘컬러 박스’(1935)와 노먼 매클래런의 ‘블링키티 블랭크’(1955), 장면마다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촬영하는 ‘스톱모션(stop motion)’ 만화영화의 대가 카렐 제만의 ‘크리스마스의 꿈’(1945)과 유리인형 만화영화 ‘영감’(1949) 등의 고전 만화영화 작품 24편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와 함께 작가들이 고안해낸 혁신적인 기법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제작도구, 작업도(드로잉), 작가 다큐멘터리 영상·사진 등의 자료도 함께 선보인다.

이를 위해 체코 국립영상자료원(NFA), 프라하의 카렐 제만 미술관(Karel Zeman Museum), 주한독일문화원, 캐나다국립영화위원회(NFB), 뉴질랜드의 고벳-브루스터 아트 갤러리 렌 라이 센터(Govett-Brewster Art Gallery and Len Lye Centre),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시각적 음악센터(Center for Visual Music) 등 작가들의 자료를 연구‧소장 중인 세계적인 기관들과 협력을 진행했다.

MMCA필름앤비디오에서는 오는 5월부터 7월까지 다섯 작가의 장‧단편 만화영화 50여 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 전은 발명가처럼 표현기법을 찾아 나선 만화영화 선구자들과 그들이 일군 눈부신 기술적 예술적 성과를 엿볼 드문 기회”라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며 자연스럽게 만화영화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교육적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기, Untitled, 1983(2015년 재제작) [사진=갤러리현대 제공]


갤러리현대는 박현기의 개인전 ‘I’m Not a Stone(아임낫어스톤)’ 전시를 오는 5월 30일까지 연다. 

지난 21일 개막한 ‘I’m Not a Stone’전은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박현기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의 작고 10주기를 기념해 2010년 회고전 형식으로 마련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박현기’ 전, 그의 1990년대 초반의 설치 작품과 후반기의 명상적 영상 작품을 비롯해 한지에 기름 막대(오일 스틱)를 사용한 표현주의적 회화와 작업도를 처음으로 대거 소개한 2017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Visible, Invisible)’ 전을 잇는다.

박현기는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국내외에 명성이 높지만, 그의 작품 세계는 비디오 아트에 국한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회화와 건축을 공부했으며, 줄곧 미술가와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동시 활약한 박현기는 조각·설치·판화·비디오·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전방위로 실험하며 도전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I’m Not a Stone’ 전은 박현기의 창작 활동의 전환점이 되는 기념비적 대표작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비디오 아티스트’라는 수식에 가려진 그의 방대한 예술 세계에 주목한다“라며 “또한 아시아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예술가로 재평가되고 있는 박현기의 미술사적 성취와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라고 설명했다.

‘I’m Not a Stone’전의 출품작 10점은 1978년부터 1997년까지 박현기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아우른다.

강가의 돌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와 인간과 예술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시적으로 성찰한 ‘무제’(1983), 신체와 공간, 미술과 건축에 관한 자신만의 생각을 유쾌하게 풀어낸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 ‘무제(ART)’(1986)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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