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이적표현물 판결' 김일성 회고록, 국내 판매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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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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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전8권)가 원전 그대로 판매

  • 통일부 "정부 차원 조치 검토"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사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사진 = 민족사랑방]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사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지난 1일 국내에 출간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출판사 민족사랑방이 출간한 이 책은 김일성을 저자로 한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라는 이름의 책이다. 총 8세트로 28만원의 가격으로 책정돼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 책은 1992년 4월 15일 김일성 80회 생일을 계기로 출판됐다. 1998년까지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총 8권이 발간됐고,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사’가 담긴 회고록으로 알려졌다. 과거 북한에서 출간된 원전을 그대로 옮겼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 김일성 미화와 사실관계 오류 등 회고록 내용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고, 1990년대 회고록을 출간하려고 한 또 다른 출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어 향후에도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Q.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A. 이 책은 북한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선전·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족사랑방은 책 소개에서 "1945년 8월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며 "1920년대 말엽부터 1945년 해방의 그 날까지 20여 년간 영하 40도C를 오르내리는 혹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싸워온 투쟁기록을 고스란히 녹여 낸 진솔한 내용을 수채화처럼 그려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실 일제 치하에선 김 장군을 전설적 인간으로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며 "이제 본인의 회고록으로 의문의 여지는 풀렸다 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이제 냉전이 허물어지는 세계사는 또다시 중국 미국을 맹주로 하는 2차 냉전이 목하 시작되었다"며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또다시 제2차 한국전쟁의 전쟁터로 변모하여 우리 민족이 괴멸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Q. 통일부의 승인은 있었나? 

A. 통일부와 사전 협의 및 도서 반입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와 사전에 협의를 하거나 출간을 목적으로 하는 반입 승인 등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해당 도서가 국내 출간된 데 대해 경위를 파악해 정부 차원의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일부는 해당 도서를 다른 반입 승인 주체와 목적으로 승인한 바 있다. 당국자는 "2012년 남북교역㈜라는 다른 단체가 특수 자료 취급 인가기관(북한 관련 연구를 하는 연구기관 해당)에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책을 통일부로부터 국내에 반입하는 반입 승인을 받은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는 "민족사랑방의 세기와더불어 출간 관련 출판 경위 등을 파악해보면서 통일부 차원에서 취해야 할,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며 "민족사랑방이 도서를 반입해 출간하는 것 이외의 다른 방식을 취했는지 등 출판 경위를 보고 판단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덧붙였다. 
 
Q.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나?

A.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은 있다.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등)는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한 행위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1년에 대법원은 정부 허가 없이 방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모씨에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그가 소지한 '세기와 더불어' 등은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한,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 간행물 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유해 간행물로 결정되면 수거, 폐기된다.   

이 김일성 회고록은 지난 1994년 8월 도서출판 가서원에서 출판하려 했다가 출판사와 인쇄소가 압수수색 당하고 출판사 대표가 구속되는 사태를 겪었다. 2011년엔 대법원으로부터 "북한이 대외선전용으로 발간한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등은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2016년에는 학생들에게 김일성 회고록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게 한 대학 교수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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