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코드·영업정보 공개 등 현안 산적한데... 확률형 아이템에 매몰된 게임업계

정명섭 기자입력 : 2021-04-07 15:10
게임법 개정안, 게임사에 실태조사 자료 제출 등 각종 의무 부과 업계 "영업의 자유 침해... 자료 제출 거부 조항도 있어야" 국회 문체위 공청회 날짜 아직 못잡아... 논의 지지부진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문제에 떠밀려 다른 규제까지 우르르 통과될까 겁납니다.”

최근 만난 게임업계 종사자의 하소연이다. 낮은 확률로 과도한 결제를 강요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너무 여기에만 매몰된 나머지 게임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다른 규제들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하 게임법 전부개정안)’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사가 지켜야할 새로운 의무들을 담고 있다. 

업계가 가장 난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각종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이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문체부가 게임산업과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실태조사를 할 때, 게임사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게임사들은 일방적인 자료 요구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영업비밀과 같은 민감한 자료는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규정도 함께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국회 제공]

또한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아케이드 게임장 운영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게임정보 통합전산망’도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소규모 게임장의 경우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영하는 데 비용과 인력 부담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해당 의무가 PC·모바일게임 전반으로 확대될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법은 청소년 연령을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만 19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만 18세 미만을 청소년(초·중등교육법)으로 규정한 현행법보다 규제가 강화된 부분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의 청소년 이용불가 연령은 만 18세 미만이 기준인데, 게임만 만 19세 미만으로 바꾸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법안이 발의된 지 4개월째 공청회 날짜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발의 후에 공청회를 거쳐야 심의를 할 수 있는데, 아직 공청회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논의도 확률형 아이템에 가려진 사안 중 하나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WHO의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민·관 협의체를 꾸려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구, 설문조사 등이 지연되자 연구 기간이 연장됐다. 협의체는 현재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국내 실태, 질병코드 도입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11차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은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에 발효되기 전인 올해 논의가 더 활발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미지[사진=WH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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