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밸붕] 골고루 오세훈 VS 또민주당 박영선…자강두천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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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4-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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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김재환 기자.

"차악으로 가는거지 뭐…" 하루 세끼도 어떻게든 잘 먹으려고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는 우리. 수년에 한 번 우리의 대표자를 뽑을 땐 늘 차악을 고민한다. 이번엔 좀 다를까 싶었으나 기우였다. 올해도 역시 슬픈 딜레마에 빠졌다.

또 미운주당(빠르게 발음하면 민주당이다) 박영선 후보냐. 시정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고루고루 오세훈' 후보인가. 이토록 불편한 불균형(밸런스 붕괴)을 마주할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아서 퍽 애석하다. 

박 후보의 '주요' 문제는 배경에 있다. 민주당은 내 집 마련의 길과 경제적 계층 상승의 모든 길목을 막아버렸다. 유독 청년들이 민주당에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왜 기득권은 해먹을 대로 해 먹고, 우리의 길은 막았는가. 실패한 정책에 대한 지탄을 모른 채 했는가.

기다려달라는 약속과 자신 있다던 호언장담은 어디로 가고, 선거철만 되면 모호하게 뭉뚱그려 죄송하다 머리를 숙이는가. 열심히 일만 해서 성공은커녕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혹은 바꾸지 못하고선 왜 불로소득은 모두 투기라며 때려잡는가.

박 후보는 "확실하게 달라진 부동산 정책"을 보여주겠단다. 그래서 충분한 공급을 통해 내 집 마련 걱정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대체 '충분한'이라는 기준은 무엇이며, 우리가 원하는 집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가. 어디에 있는 어떤 집의 수요가 얼마로 예측되니 얼마만큼 공급이 언제까지 이뤄지게 하겠다는 정도의 대답을 기대하는 건 사치인가.

이쯤되면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이라도 새워서 만들겠다"는 명문을 남긴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말이 다시 뼈를 때린다. 이번 정부 임기는 1년 남았다. 그럼에도 무척 멀어보이는 미래를 막연한 약속으로 퉁 치고 있으니 당연히 모든 말에 물음표가 붙는다. 

미운주당의 말은 아무런 무게가 없다. 모든 약속이 속 빈 '공상'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아직도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오세훈 후보를 볼까.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기자는 웬만한 개그프로그램을 볼 때보다 훨씬 많이 웃었다. 압권은 '고루고루' 발언이었는데, 박 후보의 "집없는 설움을 앞당겨 드리겠다"는 말실수와는 격이 다르다.

오 후보의 발언은 업무수행 능력을 의심케 했기 때문이다. 아, 이번엔 인물이 '주요' 문제다. 코로나19 '안심소득' 200가구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는 박 후보 질문에 오 후보는 "고루고루"라고 답했다. 추첨하냐고 연달아 묻자 재차 "고루고루"라고 답한다. 정말 딱 한 단어로 설명했다. 

골고루라. 아! 10년 만에 돌아와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던 그의 선거 구호가 여기서 빛을 발하는 건가. 직접 생각한 공약이라면 적어도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왜, 누구한테 주겠다는 정도의 설명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과연 자신이 직접 생각하고 이해한 공약이 몇 개나 있는 걸까.

또 하나. 서울시 소상공인 임대료 평균을 얼마로 계산했냐는 질문을 받자, 오 후보는 "계산해본 적 없다"고 답한다. 몇 초 전에 자신이 들고 있던 자료화면에 나와 있는 수치였는데 말이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오 후보는 "이걸 볼게요…(한참 자료화면을 읽더니) 24만원이라고 돼 있네요?"란다.

이 대목에서는 웃음이 가셨다. 첫 번째 문제. 일단 그는 자신이 가져온 자료화면조차 숙지하지 않았다. 아마 누군가 만들어준 것을 읽은 모양이다. 두 번째. 서울시장을 했던 그가 "소상공인 월평균 임대료가 24만원"이라고 말하면서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과연 그는 제대로 된 시정을 했던 걸까. 앞으로 자신의 공약을 실천할 수는 있을지 의심이 커진다. 이 외에도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거나 용산 참사가 임차인 잘못이라던 모습, 21세기 최대 화두인 성평등 공약에 모든 답변을 거부한 그의 인식은 심히 우려스럽다. 어쩌면 그들의 표 없이도 충분히 이긴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듯해서 아찔하다.

이 극한의 밸런스 게임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역시 오늘도 차악을 고민해야 할 시민이다. 어쩌면 모든 후보가 '차악'이 된 이유는 그 누구한테도 '최선'이 될 마음조차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을 끌어내려서 같이 시궁창으로 들어가기에 밸런스가 맞을 날이 없는 게다.

두 후보에게. 아니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에게 바란다. 누가 우세에 있건 자신이 최선이라 생각하지 마라. 차악을 선택하러 투표장으로 향할 국민에게 사죄하고 또 사죄하라. 누가 승리하든 그 입에서 나온 첫 말은 "감사합니다" 대신에 꼭 "죄송합니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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