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빼앗긴 3기신도시에도 봄은 오는가…정부야 다만 거짓을 말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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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3-2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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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김재환 기자.

믿음. LH 사태로 우리가 잃은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무주택자와 서민에게 돌아갔어야 할 땅을 빼앗아 사리사욕을 채운 일부 공직자로 인해 모든 정책 동력을 잃었다. 
 
집권 46개월 동안 (효과가 의문일지언정) 부지런히도 추진했던 25번인가 26번의 부동산 대책이 증발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그들이 하는 일을 국민이 신뢰하지 않으니까.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은 연일 "부동산 투기꾼 잡아라!"에 열을 올린다. 그중에서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윗물은 맑은데" 발언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묻고 싶다. 부동산 정책의 불신은 진정 투기꾼이 만든 것인가? 아니면 정부와 여당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거짓말이 낳은 것인가?
 
LH 사태는 하나의 기폭제에 불과했다고 본다. 국민의 분노가 담긴 화약고는 이미 꾹꾹 채워진 상태였다. 정부는 무려 4년째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며 부동산 정책에 자신 있다고 공언했다.
 
그들의 진심을 곡해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그 말에 담긴 근거가 거짓말이었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발표한 2·4 부동산대책부터 보면, 4년 안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물량이 무려 서울 32만가구에 전국 83만가구다.
 
내년이면 임기 끝날 정부가 '부지확보 기준'이라고 말장난한 부분은 웃어넘긴다 치자. 대체 수십년간 개발한 분당신도시의 3배, 강남3구 아파트 숫자만큼의 공급이 어디에, 어떻게, 언제까지 이뤄질지는 알 길이 없다. 오직 "역대급 공급 쇼크"와 같은 홍보성 발언만 남았을 뿐이다.
 
심지어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중심 공급이라면서 기존 입주민(조합원)한테 돌아가고 일반에 돌아갈 물량이 얼마인지는 쏙 뺐다. 취재 결과, 정부 바람대로 공급이 이뤄졌다 쳐도 순증 물량은 15만가구 내외다.
 
이러니 국회에서는 "차라리 1000만가구라고 발표하지 그랬냐"는 조롱까지 나온다. 여당마저 두둔하긴 어려웠는지 물량 산출에 대한 근거를 캐물었다. 주무 부처 수장인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구체적으로 (물량을 산출)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란다.
 
정부·여당이 그토록 좋아했던 집값 통계는 또 어떤가. 지난해 7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방점을 찍은 "(이번 정부들어) 집값이 11% 올랐다" 사태는 차라리 희극이라고 믿고 싶었다.
 
한 술 더 떠서 이따금 주요 인사들이 당시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가지고 나와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말하는 모습이야말로 신뢰도 하락 측면에서 LH 사태 못지않았다.
 
결국, 부동산원 통계는 통계청으로부터 현실과 괴리가 심각하다는 혹평을 받고 수술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못된 통계로 상황 진단부터 틀려먹은 정책을 편 정부·여당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수요 얘기를 쏙 뺀 채 주택시장이 불황이라 수요가 적었던 지난 정권 물량과 비교했을 때' 공급이 충분하다고 고집하던 모습. 다주택자 통계도 없이 집값 상승은 투기꾼 탓이라던 아집 등등. 국민 신뢰를 저버린 행태가 셀 수없이 많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정부·여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LH 사태가 터지자 법에도 없는 "투기이익 환수"니 "패가망신"이니, "엄정처벌"과 같은 선전 문구만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이쯤되면 괴벨스의 망령이 아직도 한국을 떠도는 듯하다.
 
기자는 대체 이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싶긴 했는지 묻고 싶다. '그분이 보시기에 좋았다더라' 식의 상관 보고용 정책을 내놓고 책임질 사람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이었는가. 진정 국민을 위했는가.
 
3월 봄처럼 새싹을 띄울 들판. 우리네 보금자리가 될 집과 땅은 투기꾼 공직자가 아니라 거짓말쟁이였던 정부가 빼앗았다.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말하길. 당신들은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답을 하려무나. 다만, 거짓을 말하지 말아라. 국민은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정부와 여당은 LH 사태로 모든 과실을 돌려선 안 된다. 지금까지 일말의 신뢰도 얻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며 거짓 없이 언제, 어떻게, 무엇을, 왜 하려는지 정확히 설명해야만 다시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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