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이베이 공들이는 신세계·롯데, '무소의 뿔' 현대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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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3-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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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이재훈 차장]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글귀는 보통 정치인에게 많이 인용된다. 하지만 요즘 변화무쌍한 유통가에 유독 이 말이 어울리는 곳이 있다.
유통명가 현대백화점그룹이다. 이커머스 혁명이라고 불릴 만한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뒤 쿠팡은 무려 100조원의 기업가치로 몸값이 치솟았다. 쿠팡의 뒤를 따르겠다는 마켓컬리 역시 또 다른 '잭팟'을 꿈꾸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유통명가들의 대응은 엇갈린다. 롯데와 신세계의 충격파가 가장 커보인다. 대표적인 이슈가 매각대금이 5조원대로 오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다. 

당장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뒷짐지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였던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전면에 나섰다.
매각 소식이 들리자 관심을 보였던 카카오는 아예 예비 입찰을 포기했고, SK텔레콤도 예비입찰에 나섰지만 최근 본입찰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와 롯데는 그룹사 양대 축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와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가 경쟁하듯 '이베이 점령'을 선언했다. 그것도 1년에 한번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 작심하듯 공언했을 정도다. 

물론 이를 두고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평가도 있다. 주주들을 안심시키고, 좀 더 통 크게 유통시장을 이끌겠다는 각오와 포부를 전하면서 환심을 사려는 의도적인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공개 석상에서 대표이사가 공언한 것은 분명 의미를 둘 만하다. 그만큼 시장은 이커머스로 급변하고 있고,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산업은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긴장감은 주주총회 발언을 두고도 여실히 증명된다. 강희석 대표는 24일 진행된 주총에서 “구체적인 본입찰 참여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급변하는 e커머스 환경에 지속적으로 이마트가 성장하는 것이 주주에게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런 맥락 속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도움이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채널로 성장이 집중되고 있는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선 반드시 온라인 채널의 빠른 성장과 차별적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고민에서 이마트를 포함한 신세계그룹은 이미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 지분교환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3일 강희태 대표 역시 주총을 통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공론화했다. 그는 “충분히 관심이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고, (본입찰 등)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못 박았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론칭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 역시 결국 네이버, 쿠팡, 신세계그룹 등과 전면전을 벌이기 위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다르다. 김형종 대표는 이커머스 볼륨화보다는 차별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유통 격변기라고 하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중장기 플랜으로 걸어간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주총에서 롯데온, SSG닷컴 등 유통 경쟁사들이 오픈마켓을 통해 외형 확장을 꾀하는 것과 정반대 전략을 강조했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합류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현대백화점이 보여줄 추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의 '뚝심경영'이 어떻게 실현될지가 핵심이다.

개점 5년 만에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연 판교점에 이어 고객 인파로 발 디딜틈 없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초반 흥행은 아직까지 현대백화점의 선택이 성공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선례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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