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총시즌 앞두고…여성 사외이사 모시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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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1-03-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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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 의무적 선임 내년 8월 시행 자본시장법 대비

은행권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이사회 재편에 한창이다. 여성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할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내년 8월 시행 예정인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을 통해 경쟁사의 현직 여성 사외이사도 선임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오는 26일 정기 주총에서 기존 사외이사인 박원구 고려대 교수, 김홍진 전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 양동훈 동국대 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이정원 전 신한DS 사장 등 기존 사외이사 5명을 재선임한다.
 

(왼쪽부터)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박동문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사진=아주경제DB]

신규 사외이사로는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박동문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이 후보로 올랐다.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윤성복 전 삼정KPMG 부회장과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등 기존 사외이사 2명은 최대 재임기간을 채워 교체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권 고문은 현재 KB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다. 권 고문은 이달 중 국민은행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외이사 임기인 6년을 채우지 않은 만큼 재선임될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지주가 경쟁사에 재임 중인 사외이사를 곧바로 영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평가다. 권 고문은 하나금융 주총 이전에 국민은행 사외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이 권 고문을 영입한 배경에는 '여성'과 'IT'라는 키워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강제하고 있다.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인 차 교수가 이사회를 떠나면서 하나금융이 선제적으로 '여성 쿼터'를 채우기 위해 권 고문을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권 고문이 금융권 출신의 IT 전문가라는 점도 영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씨티은행 출신으로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FIS 사장을 지낸 IT 전문가다. 하나금융은 주총 소집공고를 통해 "권 후보는 금융 분야의 ICT 부문 정책 방향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디지털 트렌드에 대해 폭 넓은 식견으로 그룹의 디지털 전략에 기여할 것"이라며 "사외이사로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독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플랫폼 금융'을 화두로 던지고 디지털 전환에 주력할 것임을 밝힌 만큼, 권 고문이 IT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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