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정상회담] ①바이든의 의도적인 중국 무시 vs '中눈치' 김빠진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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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3-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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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쿼드 4개국, 中 직접 언급 없이 '백신 일대일로' 으름장

  • "中은 논의 일부일 뿐"...'의제 선점·논의는 미국이 주도'

미국이 주도해 결성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 사상 첫 정상회담이 마무리한 가운데, 예상보다 중국을 향한 공세 수준이 약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회담이 중국의 눈치를 보며 공세 수위를 조절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중국이 미국과 쿼드의 의제와 논의를 뒤흔든다는 메시지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무시' 행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2일(현지시간) 쿼드 정상회담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UPI·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쿼드 4개국 정상은 '쿼드의 정신(Quad Leaders' Joint Statement: The Spirit of the Quad)'이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건강하며 민주적인 가치에 닻을 내리고 억압에 의해 구속되지 않는 지역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국제연합 해양법 협약(UNCLOS)에 기반해 "동중국해·남중국해 규칙에 근거한 해양 질서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해상 보안을 포함한 협력을 촉진"하고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 비핵화에 전념하겠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명기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쿼드 4개국 정상은 우리시간으로 이날 밤 10시30분부터 화상 형식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회담은 2019년 쿼드가 공식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정상 수준에서 이뤄진 회의다. 쿼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9월과 지난해 10월 각각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서 두 차례의 대면 외교장관 회의를 진행했고, 바이든 정권 출범 후인 지난달 18일에는 화상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특히, 쿼드 계승을 선언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반만에 사상 첫 쿼드 정상회담 개최 방침을 밝히자, 일각에서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공세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날 회담은 공개발언과 성명에서 모두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예상과는 달리 대(對) 중국 메시지는 비교적 약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이전 외교장관 회담 내용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언급됐으며, 이 중 대다수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견제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4개국 정상들은 올 연말 전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매년 최소 1회의 회담 개최를 결의했고, △코로나19 백신 배포 △핵심적인 신흥 기술 협력 △기후변화 관련 실무그룹 결성을 통한 전문가·고위 관료들의 정기적 교류 등의 사안에 합의했다.

이 중에서도 쿼드가 직접 나서 코로나19 백신 배포 과정에 개입하겠다는 결의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공정한 백신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우긴 했지만, 다분히 중국의 '백신 외교' 행보에 으름장을 놓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회담 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쿼드는 세계 최대 백신 생산 용량을 보유한 세럼인스티튜트(SII) 등 인도의 제약회사가 내년 말까지 10억회분의 백신을 추가 생산하도록 자금 등을 지원하고, 해당 생산분은 우선적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에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향후 쿼드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과 희토류 생산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실무진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당국은 '흙 값만 받고 팔지 않겠다'면서 희토류 수출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쿼드 회담에서 의도적으로 중국에 대한 직접·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외교팀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 의제를 선점하고 논의를 주도한다'는 입장을 재차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는 이날 쿼드 회담의 논의가 중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을 꺼렸을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쿼드와 미국 행정부의 외교 문제 의제를 지배하고 있으며 일종의 기싸움에서 미국이 패배했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회의에서 중국 문제는 일부 논의했을 뿐이며 쿼드는 군사동맹이나 새로운 형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니다"라고 단언했고, 회담에 앞서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역시 "쿼드는 단 하나의 위협에 대응하거나 단 하나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수립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지나치게 중국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을 경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난 2012년 미국 방문 당시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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