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최대 실적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이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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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3-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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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국내 게임업계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실내에 머무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시청 시간이 늘고, 게임 이용자 수도 증가했다는 통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업계가 최근 직원들의 연봉을 800만원, 많게는 1300만원을 일괄적으로 올려 인재 유치 경쟁에 나선 것도 업계가 호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적 잔치의 기쁨도 잠시,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폭탄이 터졌다.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한 확률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아이템을 말한다. 개봉하기 전까지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운이 좋으면 원하는 아이템을 바로 손에 넣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많은 비용을 치르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2000년대부터 월정액 방식에서 부분유료화 모델로 전환하기 시작한 게임사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은 최대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성능이 좋은, 게임의 진행을 빠르게 하는 아이템이나 재화일수록 뽑을 확률이 낮다. 게임사들이 게임 내 밸런스 조절, 경제 시스템 유지를 위해 최고급 아이템이 등장할 확률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확률로 설계된 확률형 아이템들은 다년간 이용자에게 물질적, 정신적 피로를 유발했다.

최근 넥슨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확률 정보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이용자가 혼동할 수 있는 ‘무작위’ 등의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뽑기 실패’라는 이용자들의 부정적 경험이 마침내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게임에 투입한 시간과 비용만큼의 결과물을 얻기 원한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은 모든 걸 ‘운’에 맡겨 많은 이용자에게 박탈감을 주었다. 국내 게임업계에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게 도박이지, 게임이냐”, “카지노보다 더한 기업이다”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문제를 떠나 국회에서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중, 삼중 구조로 복잡하게 설계한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이용자들이 넥슨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사의 확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을 정도로 업계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모두 공개하거나, 강화된 자율규제안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넥슨은 이용자들이 직접 확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3N인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를 포함해 모든 게임사가 이 같은 자정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게임업계는 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연 17조원 규모의 시장을 일궈온 국내 게임사들의 땀과 노력이 확률형 아이템 하나로 헛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모바일벤처기업부 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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