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해체되는 화천군 사내면 지역 ‘마을 소멸?’···주민들, ‘농촌 활성화 방안 찾자’ 한 목소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화천)박종석 기자
입력 2021-03-08 11:2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군부대 의존 벗어난 상생의 길 찾자··· 관광지·주말농장 등 개발해야

  • 농촌 활성화에 기여하는 군수단지, 항공대 유휴부지에 조성 절박

강원 화천군은 대부분의 지역이 산지로 되어 있다. 산으로 둘러 쌓인 사내면 지역 마을 풍경[사진=박종석 기자]

대표적인 접경지역 중 하나인 강원 화천군 사내면 지역의 주민들이 군부대 의존에서 벗어난 농촌 활성화 방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목소리들은 사내면이 누군가에게는 고향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인 주민들에게 마을 소멸이라는 위기감에서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사내면은 70년 동안 공생 공존했던 부대해체로 지역경제는 쇠퇴하고 농촌 마을의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위기로 마을은 소멸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따라 농촌 활성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사업에 볼륨을 키우고 있다. 목소리들은 관이 주도하는 군·민 협의단체 구성과 군부대가 떠난 군 유휴부지에 군수단지 조성을 바랐다. 여기에 인구 유입을 위한 인프라와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지 개발 등으로 상생의 길을 찾자고도 했다.

통계청은 2029년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이미 강원 화천군은 수년 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별 인구소멸지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6.1%인 105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등으로 사라질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화천군은 대부분 지역이 산지로 되어 있어 도로, 병원, 교육시설 등의 산업기반과 생활기반이 열악하다. 여기에 5개 읍·면을 합쳐 인구도 25,000여 명을 밑돌고 있으며 더욱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2019년 정부의 국방개혁 2.0에 따라 사내면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27사단의 해체가 결정됐다. 주민들은 이기자부대로 잘 알려진 이 부대의 해체로 주민 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마을 소멸을 우려하고 있다. 주민의 절반이 군인 가족이기 때문이다.

사내면은 화천군 5개 읍·면 중에 화천읍 다음으로 큰 도시와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인구도 6,000여 명에 이른다. 이 같은 발전에는 70여 년을 함께한 27사단의 영향이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부대가 2022년에 사라진다는 충격에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부대해체에 따른 인구 반 토막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등 눈앞에 닥친 현실이 전부가 아니었다. 문제는 수십 년을 군부대에 의지해 온 지역경제 탓에 인구 유입을 위한 산업기반이나 생활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군부대와 함께 군 가족이 떠난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주민들의 입에서 ‘사내면 지역소멸’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마을 활성화를 위해 희망이 담긴 설계 목소리가 지역에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여론은 부대해체를 제2의 도약으로 삼자는 지혜를 보인다.
 

강원 화천군 사내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27사단. 이 부대는 2022년까지 해체된다.[사진=박종석 기자]

이소영 화천군 학원연합회 재무 이사는 군부대 해체와 관련 군인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이사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27사단이 해체되는 것은 옛날부터 계획에 있었다. 미리 부대해체를 대비하지 못한 것은 지금에 와서 어쩔 수 없다”라며 “앞으로 어떻게 해서 살아남아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 와서 해체반대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계획하고 모색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군부대가 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협의기구와 소통을 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수영 사내면 번영회장은 “군부대와 관련된 군 유휴부지가 여러 이유로 제한돼 있어 외부자본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사내면) 사창리에 있던 항공대가 떠났는데도 고도 제한이 풀리지 않아 주위에 건물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방부가 이러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호 사내면 이장협의회 이장은 경기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군부대에 의지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주장이다.

김 이장은 “저출산으로 군인은 줄어드는데 어떻게 군인만 바라보고 사는가? 군인만 바라보면 못 먹고 산다”며 “군부대가 노른자 땅은 다 가지고 있다. 포천만 가도 공장이 꽉 들어서 있다. 군부대가 떠난 자리에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공장이 들어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유치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한용 사내면 새마을협의회 회장은 “화천군은 ‘아이 기르기 좋은 화천’ 등 훌륭한 정책으로 아이들에게 투자하고 있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화천지역에 일자리가 없다”며 “화천이 투자한 아이들이 화천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인 가족 최현주 씨는 군부대 의존에서 벗어난 사내면 지역의 훌륭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씨는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낮아져 군인도 점점 줄고 있다. 또 남북의 평화 시대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앞으로 군인한테만 의존하면 안 된다. 관광자원이나 환경을 이용해서 외부 사람을 유입해야 한다”고 말한 뒤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사내면 지역주민들의 위기의식과 관련 국방부의 현실성 떨어지는 대응 자세와 정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는 지적도 있었다.

윤재호 사내면장은 “지역경제는 코로나19와 27사단 해체, 그리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복합적으로 폐허 상태다. 또한 군부대 해체로 군 가족이 떠나면 학생 수가 줄어 학교 존립 여부도 문제다”라며 “국방부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사내면 지역경제에 대한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사내면장은 “이러한 사내면 실정에 항공대대가 떠난 자리에 군수단지 조성을 위해 최문순 군수님과 화천군청은 물론 모든 공직자가 노력하고 있다”고 주민들을 격려하는 한편 국방부의 빠른 협조를 기대한다고 했다.

류희상 화천군의회 의원은 국방부가 군 유휴부지를 매각해 지자체 경기부양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류 의원은 “국방개혁 2.0으로 27사단은 해체가 결정됐다. 이로 인해서 사내면 주민들은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다”라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방부가 군 유휴지를 지방자치단체에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은 이 같은 지적의 당위성을 “사내면 항공대가 있던 자리에 군수단지를 조성하면 20개 업체가 입주하게 되고 500여 명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금철 화천군의회 의원은 농촌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업 추진에 대해 예를 들었다. 또 이 추진을 위해 (군청·면) 관에서 추진하고 군부대와 사내면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논의하는 협의단체 구성을 제안했다.

신 의원은 “서울이나 경기 등 수도권 사람들이 차박이나 비박을 위해 자연을 찾아 외지로 나온다. 군부대가 떠난 군 유휴부지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소가 많다”며 “부대가 떠난 군 유휴부지를 군인 가족과 현지 주민들이 함께 주말농장으로 활용해 외지인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신 의원은 “지역주민들과 군부대의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같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안되는 것을 자꾸 얘기하면 안 된다.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한다. 부대해체로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때문에 실망도 있지만, 힘을 내야 한다”고 격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2024_5대궁궐트레킹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