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범죄 의사 면허 취소'에 의료계 협회들, 목적 같지만 행동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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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1-03-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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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부터),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회장. [사진=아주경제 DB]

교통사고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의사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결국 막혔다. 의료계 대표 단체들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각각 다른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19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후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중단까지 언급하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틈새를 노리고 의사만 가능한 백신 예방 접종에 동참하겠다고 적극 나섰으며, 대한병원협회는 코로나19 대응이 우선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 '면허취소'에는 모두 반대, 예방접종엔 입장 차

우선 의협을 비롯해 한의협과 병협 모두 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한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 맞물려선 제각각의 입장을 보였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처음엔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가장 강력하게 반발했다. 코로나19와 백신 예방접종 대응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겠단 의미다. 이후 여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를 살인, 성폭력 범죄 옹호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유감을 표명하고 여론전에 나섰다.

의협은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 등을 저지른 일부 의사 때문에 전체 의사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의협은 살인, 성폭력 등으로 범죄의 종류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모든 범죄에 있어 금고형의 선고유예만으로도 의료인 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국회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의협은 개정안에 반대하지 않은 조건으로 '면허관리원 설립안'을 들고 나왔다. 지금은 의료법을 위반하면 정부가 면허취소와 재교부를 결정하는데 이 결정을 의협 산하 면허관리원이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면허취소와 면허 재교부에 대한 권리를 의사들이 모두 갖겠다는 의미다.

의협이 총파업으로 으름장을 놓을 당시 한의협에선 의협과 ‘다른 길’을 걷겠다고 외치며 여론전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한의협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을 뿐 국회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의협의 다른 길은 백신 예방접종 참여에 대한 태도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슈퍼 갑질과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고 맹비난하며, "(우리가) 백신 접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의사들의 참여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는 예방접종 자격이 의사한테만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한의협은 기자회견 당시 "예방접종 업무 위탁과 관련한 시행령에 한의원과 한방병원만 추가하면 백신 접종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시행령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과 한의협 양측이 서로의 밥그릇을 챙기는 한편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물밑작업을 펼칠 때, 병협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들은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 병원계의 노력과 협조를 다짐하면서도,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확대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간 동안 잠시 논의를 미루고 오로지 백신 접종에만 전념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 의료법 개정안, 다시 3월 국회에…

어쨌든 지난달 19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같은 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됐으나 야당의 반대로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교통사고 등 직무 연관성이 없는 범죄로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법의 원래 목적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경우에도 면허가 제한됨으로써 과잉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의협 측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개정안의 수정안을 마련, 다음 전체 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일 "여야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법안' 관련 찬반 토론을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는 법사위 원래 기능인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가 아니라 상임위에서 논의할 내용을 법사위가 논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00년 의료법 개악으로 일부 보건의료 관련 법률을 위반한 금고 이상의 범죄 외에는 의료인 결격사유를 다루는 법률조항이 대폭 축소됐다"며 "이번 의료법 개정안으로 거의 20년 만에 의료인 결격사유 관련 조항이 대부분 원상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계류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낀다"고 호소했다.

연합회 측은 "법사위가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왜 하필 코로나19 방역 시점에 의료법을 개정하느냐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 법사위 소속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많은 국민은 왜 이제야 국회가 통과시키려고 하냐며 이제껏 뭐 했냐고 비판한다. (그런데) 어떤 국민이 성범죄 저지를 의사에게 받고 싶겠냐. (현재는)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도 간판만 바꿔 달고 여전히 진료행위 할 수 있다. 법을 바꾸는 게 상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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