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경제시대 상조업과 소비자 보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보훈 기자
입력 2021-03-03 15: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장춘재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

[장춘재 한상공 이사장.]


철없던 중학교 1학년 시절 담임선생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당시 같은 반 친구들 2명과 담임선생님 집에 갔고, 상여를 맨 상여꾼 앞에 서서 난생 처음 만장(挽章)을 들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장례와 관련이 있는 상조 공제업무를 책임지는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공동체 풍습이 많았다. 농경사회가 주축을 이루던 어린 시절 향약, 두레, 품앗이 등 서로 협동하고 배려하는 풍습을 접하면서 성장했다. 농경사회에서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같은 마을에서 살던 젊은이들이 서로 품앗이로 장례를 치렀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진출하고, 고향을 떠난 이들은 돈으로 품앗이를 대체한 것이 오늘날 상조업의 시초였다.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상조(相助)는 ‘서로 도움’이라고 적혀 있다. 서로 돕는다는 좋은 뜻임에도 상조업과 상조회사를 대하는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초창기 상조회사들이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상조는 장기계약이라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가 상조회사에 현금을 10년 정도 지급한 후 불특정 시점(사망 시점)에 상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책당국으로서는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상당했다. 상조계약의 특징과 상조회사의 도덕적 해이로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정책당국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을 개정했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 때가 2010년이었다.

최근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상조서비스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를 한 결과가 흥미롭다. 상조 관련 서비스는 소비자로부터 큰 신뢰를 받진 못했지만, 앞으로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이런 소비자 인식은 상조업계에 고무적이다. 상조회사는 상조 상품 또는 상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끌어올려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초창기에는 고향 부모들이 주로 상조를 가입했으나, 가족 형태 변화로 지금은 자식들의 가입이 많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쳐 이제는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시대에는 상조회사도 대면 계약이나 방문판매 이외에 케이블TV, 인터넷 쇼핑몰 등 통신판매에 초점을 둬 영업하고 있다. 이제 상조계약 관련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젊은층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연령층을 위한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생겼다.

통신판매 상거래는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보호법)에 규제를 받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상조회사가 전자상거래보호법에 아래 통신판매업 등록을 하고 있다. 비대면 계약과 전자상거래계약이 증가함에 따라 정책당국도 전자상거래보호법과 할부거래법에 따른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두 법률을 관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