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의 異意있습니다] 너 취재는 하고 다니니?

장용진 논설위원입력 : 2021-03-02 11:03
언론의 고약한 이간질, 이제 그만 좀 하라 사실파악도 못하며 받아쓰기에만 골몰
“도대체 뭘 좀 알아보고 기사를 써야지. 이게 뭐야? 기자들이 이래도 돼?”
얼마 전 전직 검찰 고위직 인사가 전화해서 한 말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기가 눌릴 정도였다.

그 무렵은 이른바 ‘신현수 파동’이 절정에 이를 때였다. 신 수석이 특정인사를 향해 ‘다시는 안본다’고 했다거나 검찰총장의 입장만을 전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난무할 때였다. 심지어 신 수석이 특정인의 교체를 강력히 주장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다. 심지어 특정인물을 꼭집어서 ‘비토했다’는 풍문인지 기사인지 모를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기사만 보면 장관하고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이 마치 원수지간이라도 된 것 같았다. 

“청와대니, 검찰이니, 법무부 장관이니... 이런 사람들을 거론하면서 기자가 최소한의 취재도 안하고 말이야. 기초 사실관계가 하나도 안맞잖아. 그러면 그게 소설이지 기사야? 기자가 그래도 돼?”

그는 한 10여년전 쯤 검찰 관련 핵심보직을 맡았던 적이 있는 사람으로 현재 청와대 사정라인은 물론 검찰 핵심인사들과 두루 가까운 인물이다. 얼마 전까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현수 파동’에 대해서도 그 만큼 잘 아는 사람은 몇 명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그가 볼 때 그 무렵 보도된 기사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기초적인 사실관계 조차도 모르고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측근 장관과 보좌관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급기야 ‘원수지간이 됐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마치 싸움구경이라도 하는 듯했다는 점에서 예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패륜집단이라는 욕을 들을 만했다.

어쩌면 예의는 고사하고 일부러 싸움을 붙이고 없는 시빗거리를 만들어 퍼뜨린다는 점에서 아주 고약한 이간질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렵게 됐다. 사실관계도 잘 알지 못하면서 말이다. 아니, 남이 쓴 기사를 받아쓰면서 말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신현수 현 청와대 민정수석은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바 있다.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분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왠만하면 사석에서도 말을 잘 놓지 않는 문 대통령이 편하게 말을 하며 별일이 없으면 늘 함께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는 전언이 있다.

그 무렵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도 있었고,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도 근무했다. 물론 시차가 조금씩 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교분이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신 수석이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국정원의 개혁을 진행하고 있을 때, 그의 옆에는 조남관 현 대검차장이 함께 했다. 조 차장검사는 신 수석과 함께 국정원의 개혁을 완성시킨 공로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치며 한때 추미애 장관의 심복처럼 여겨졌던 조 차장검사는 현재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으로 법무부의 입장과는 반대입장에 서 있다.

그러니까 신 수석은 청와대 참모진, 법무부와는 물론 윤석열 총장 쪽과도 상당한 친분과 신뢰관계가 있는 셈이다. 윤 총장과도 직접적 친분이 상당하다는 전언도 있다. 여하튼 신 수석이 양쪽 모두에게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인 셈이다.

신 수석은 이 점을 십분활용해 청와대와 검찰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첫 단추로 2월 정기인사를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사표소동까지 이어졌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고집과 욕심이 지나쳤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좀더 진중하게 기다리며 대화를 이어가도 되는데 먼저 악수를 뒀다거나, 수사권을 인사권자를 압박하는 용도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신 수석이 마음을 다쳤을 수도 있다. 신 수석 말고도 마음을 다친 인물이 더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는 누구를 안본다’라고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 그들 사이의 관계를 안다면 적어도 함부러 그런 말을 할수 없다는 거다.

“언론이 플레이어로 뛰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최근 사태에 대한 어떤 고참 기자의 촌평이다.

요 며칠 사이 몇몇 언론에서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을 걸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그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만들어 가려는 기자들도 보인다. 정직한 관찰자가 되야할 기자가 정치판의 플레이어로 뛰는 셈이다. 이미 그런 상황을 여러차례 본 것 같기도 하다

여기서 괜히 ‘언론의 정도’를 운운하는 건 오히려 촌스러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언론이든 검사든, 뭘하든 하려면 제대로 알고 해라. 취재는 하고 다니란 말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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