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철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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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입력 2021-02-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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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이사장]




 

 


해마다 3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산불이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 달이나 빨리 월부터 시작돼 산림 및 소방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 2월 25일 현재 벌써 107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389.93ha의 산림을 황폐화했다. 올겨울은 많이 가물었고 대기와 산림은 생각보다 더 건조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어 올봄 산불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산림보호법」제31조제3항에 근거하여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105일간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고, 소방청은 연중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봄철을 맞아 3월 1일부터 3개월간 ‘봄철 화재예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강한 바람과 건조한 대기가 이어지는 봄철에 산림화재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 10년(2011~2020년)간 4,737건의 산림화재가 발생해 총 1만1,194.8ha의 산림이 소실됐는데, 봄철(2.1.~5.15.)에만 3,110건의 화재가 발생해 연중 발생한 화재 중 66%를 차지했고, 피해면적은 총 1만369㏊로 무려 93%에 달했으며, 최근 10년간 산림화재를 원인별로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가 1,594건(33.6%)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였고, 이어 논·밭두렁 소각 717건(15.1%), 쓰레기소각 649건(13.7%) 등의 순이었다. 이렇게 봄철에 산불이 빈발하는 원인은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에서 강풍이 불어 바싹 마른 나무가 불쏘시개처럼 빠르게 타들어 가기 때문이며, 따뜻한 날씨로 산을 즐기는 입산자들의 실화(失火)와 농사철을 앞두고 논·밭두렁을 태우는 행위나 불법 소각에서 기인한다. 결론적으로 봄철 산불 빈발의 주범은 건조한 산림, 강한 바람, 부주의한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화재는 습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데 공기 중의 수분함량을 나타내는 ‘상대습도’보다는 목재 등의 건조지수를 나타내는 ‘실효습도’가 화재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통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인화되기 쉽고, 40% 이하에서는 불이 잘 꺼지지 않고, 30% 이하일 경우 자연발생적으로 불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실효습도’ 3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를 발령하고, ‘실효습도’ 2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건조경보’를 발령한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2월 15일까지 전국 강수량은 평년 대비 56%에 그쳤다. 특히 올겨울 강원 영동지역 강수량은 평년의 7%에 그친 것은 이를 방증하기에 충분하고 남음이 있다.

또한 겨울철에는 계절풍인 북서풍이 자주 부는데, 이는 대륙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으로 산불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특히 강원 영동지역 강풍은 ‘양간지풍(襄杆之風)’이나 ‘양강지풍(襄江之風)’의 영향이 크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으로 고온 건조한 데다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은 푄 현상(Foehn wind)의 일종으로, 영동지역에 동풍이 불 때 습기가 많은 동해안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수증기의 응결로 영동지방에 비가 내린 후 영서지방에 고온 건조한 바람을 일으키는 ‘높새바람’과는 방향이 반대로 봄철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 상황에서 서풍의 기류가 형성될 때 영서지방의 차가운 공기층이 태백산맥과 상층의 역전층(inversion layer) 사이에서 압축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태백산맥의 급경사면을 타고 영동지방으로 불어 내려가면서 순간최대풍속은 35.6m/s까지 관측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강한 바람으로 변하여 영동지역 봄철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산불은 임야화재라고 하는데 그 형태는 지엽(枝葉)이나 수관(樹冠)이 타는 수관화(樹冠火), 고목 등 수목이 타는 수간화(樹幹火), 지표(地表)를 덮고 있는 낙엽 등이 타는 지표화(地表火), 땅속에 있는 썩은 나무의 유기물 등이 타는 지중화(地中火) 등이 있는데, 고목 등은 수간화(樹幹火)가 되기 쉽고, 수관화(樹冠火)는 화세(火勢)가 강해 소화가 곤란하다. 임야화재의 특성은 골짜기에서 봉우리를 향해서 타는 것이 통례이지만 강풍 시에는 봉우리에서 골짜기로 역류하기도 하고, 지형적 영향으로 상승 기류를 타고 불씨가 중간 지점을 건너뛰고 위쪽으로 옮아 붙는 비산화(飛散火) 평탄면에서는 지표에서 연소한 화류가 수관에 옮기고 수관과 지표의 2단 연소가 되며, 경사면에서의 연소속도는 대단히 빠르고, 강풍에 불씨가 수백 m까지 날아가 옮아 붙는 비화(飛火)에 의한 연소 확대 위험이 크고, 긴 화선(火線)을 이룬다. 방어선의 설정은 연소속도와 방어선 구축 작업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며 방어선의 폭은 나무높이의 약 2배 이상, 풀 높이의 약 10배 이상 또는 10m 이상을 벌개(伐開)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이 같은 산불이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2010~2019년) 동안 3월의 산불 추이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3월에 발생한 산불은 총 1,137건인데, 절반 정도인 48.5%(551건)가 논‧밭(313건)이나 비닐 등의 쓰레기(238건)를 태우다 발생하였고, 입산자 실화(205건), 건축물 실화(57건), 담뱃불 실화(49건), 성묘객 실화(36건), 불장난(7건) 등 부주의로 인한 실화도 3분의 1인 32.1%(354건)나 된다. 한 사람의 그릇된 판단과 실수가 치유하기 어렵고 회복하기 힘든 화를 부른 것이다. 인명과 재산뿐 아니라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봄철 동시다발성 산불이 더이상 반복되거나 되풀이하지 않도록 특단의 선제적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산불 발생 위험도가 높은 통제지역은 출입하지 말고, 취사와 야영은 허용된 구역에서만 실시하며, 산에서는 라이터, 담배 등 화기물품을 소지하거나 흡연을 금하고,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는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등의 소각해서는 아니 된다. 봄철 논밭에 사는 생물 조사한 결과 해충은 11%에 불과하고, 나머지 89%는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인 거미와 같은 익충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논·밭두렁 태우기는 해충 방지 효과가 거의 없다. 장기적으로는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하여 불도 잘 붙고, 불길도 오래 지속되는 점을 고려하여 산불 피해지역 복구 조림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보다는 활엽수로 방화수림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림 연접지에서는 화목보일러 사용을 자제하고, 벌채 부산물이나 산불 피해목 등 미이용 바이오매스(Biomass)를 사전 제거하며, 산불 발생 시 진화용 헬기의 신속한 투입을 위해 계류장 및 진입로를 확장하고, 동절기 담수지 결빙 방지 장치를 운용함으로써 효과적인 산불 진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은 물론 진화 장비를 현대화하는 등 체계적이고 선제적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초기 신속한 진화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고 산불에 대한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와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며, 산불이 꽃소식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불상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명제임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또한 「산림보호법」 제53조제3항에 따라 과실로 인하여 타인의 산림을 태운 자나 과실로 인하여 자기 산림을 불에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주민 계몽과 등산객 홍보 등 산불 예방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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