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대통령부터 할머니까지…백신 1호 접종자 선정엔 다 계획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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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2-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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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백신 1호 접종자는 90대 할머니...고령층 코로나19에 취약 이유

  • 美서는 흑인 간호사...백신 불신하는 흑인 사회에 안전성 보여주기 위해

  • 국민 불안감 씻기 위해 1호 접종자된 정치가도 있어

꼼꼼하게 점검하는 코로나19 백신 (광주=연합뉴스)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26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면서 누가 1호 백신 접종자가 될 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다. 방역당국은 내일 오전 9시에 백신을 맞는 요양시설 관계자들이 '1호 접종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국민들의 백신 불안감을 씻기 위해 국가 지도층이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1호 백신 접종자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당 국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8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91세 생일을 앞둔 마거릿 키넌 할머니를 1호 접종자로 선정했다. 그는 백신을 맞은 뒤 "너무나도 영광스럽다. 내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앞당겨 받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국 정부가 첫 백신 수혜자로 90대 노인을 꼽은 이유는 고령층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특히 위험하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80세 이상이거나 요양병원 거주자, 직원, 고위험에 노출됐거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이후 연령순으로 접종할 것"이라는 백신 접종 방침을 세웠다.
 

영국의 화이자 백신 1호 접종자인 마거릿 키넌 [사진=연합뉴스]

캐나다의 백신 1호 접종자도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령층이었다. 캐나다 뉴스 전문 채널인 CTV 뉴스에 따르면, 퀘벡주 퀘벡시 소재 생앙투앙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89세 지젤 리베스크 씨가 14일 오전 11시 25분에 백신을 맞아 캐나다 1호 백신 접종자가 됐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맞은 사람은 자메이카에서 이민 온 흑인 여성 간호사 산드리 린지 씨다. 뉴욕시 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그는 백신 접종 후 "희망과 안도감을 느낀다. 매년 맞는 인플루엔자 백신과 다를게 없는 느낌이다.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시 퀸스의 롱아일랜드 주이시 메디컬 센터에서 14일(현지시간) 이 병원의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미셸 체스터 의사로부터 화이자·바이오앤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흑인을 1호 접종자로 꼽은 배경에는 과거 미 보건당국이 흑인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을 한 어두운 역사가 있다. 터스키기 매독 생체실험 사건으로 불리는 해당 인체 실험에서 미국 보건당국은 매독 치료를 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상황을 관찰하기 위해 1932년부터 40년간 흑인 600명을 대상으로 비밀 생체 실험을 했다. 결국 이 실험으로 흑인 7명이 매독으로, 154명이 관련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또한 미국 CNN 방송은 과거 의사들이 흑인 노예를 의약품이나 수술 실험 대상으로 일삼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체 실험 탓에 미국 흑인사회에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실제로 비영리기구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KFF) 연구 결과를 보면, 흑인의 35%는 백신이 안전하다고 판정돼 무료로 보급되더라도 '절대로 또는 아마도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에게 백신의 안전성을 보여주기 위해 흑인을 1호 접종자로 내세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린지는 "불행히도 과거의 역사 때문에 나와 같은 소수 인종은 백신 접종을 꺼린다. 백신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대중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냉장고에 입고된 코로나19 백신 (인천=연합뉴스)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1호 접종자로 직접 팔을 걷어붙인 지도자들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장 먼저 백신을 맞았다. 이스라엘 국민 3분의 1이 접종을 꺼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1호 접종자를 자청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가 모범을 보여 백신 접종 필요성을 설득하겠다"며 율리 에델스타인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과 함께 백신을 맞았다. 이 장면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가장 처음으로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다.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한 시노백 백신 3상 시험 결과 예방효과가 65.3%로 나타나자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효과가 너무 낮다는 불만이 터트렸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이 국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히고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먼저 백신을 맞기로 결정했다. 그의 접종 장면은 유튜브로 생중계 됐고, 약 6만명의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터키의 파흐레틴 코자 보건부장관도 자국민 중 가장 먼저 소매를 걷어 올렸다. 시노백 백신을 맞은 코자 장관은 "지도층이 먼저 백신층 접종해 백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누가 먼저 백신을 맞을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정쟁까지 이어지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 불안이 크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면 사회 저명인사나 보건의료계 대표가 먼저 접종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접종 동의율이 높게 나왔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접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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