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상권의 '두 얼굴'...임대인 '곡소리' vs 자산가들 '콧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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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1-0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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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실률 늘어 빌딩가치 하락하는데 빌딩 가격은 우상향

  • 꼬마빌딩 거래액 최고, 인기도 최고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서울 강남, 명동, 홍대 등 주요 상권 공실률이 연일 상승하고 있지만 빌딩 매매가는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동성 확대,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빌딩 투자 풍선효과, 자산운용사들의 공격적인 빌딩 매매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상가 임차인들이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고 떠난 자리는 빈자리로 덩그러니 남아 있다. 빌딩가치 하락을 우려한 임대인들이 임대료 인하 대신 공실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들의 고통과 별개로 빌딩 손바뀜이 활발해지면서 거래가도 매년 오르는 분위기다. 

25일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형빌딩 매매거래액은 10조100억원으로 2019년(7조3400억원) 대비 37% 상승했다. 중소형빌딩 거래액이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50억원 미만 꼬마빌딩 거래량 비중이 전체의 47%로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티코리아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임대수익률이 5.75%(2019년)에서 3.88%(2020년)로 1.87% 포인트나 하락했지만 투자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개인투자와 법인투자 비율이 7대3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5대5 정도로 법인투자자들이 부쩍 늘었고, 강남구·송파구·서초구·성동구 등 투자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손바뀜이 활발해지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차인들의 생계지표인 상가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및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각각 12.7%, 7.1%로 연초 대비 각각 1% 포인트, 1.5% 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하락, 자영업자 감소, 임대매물 증가 등이 원인으로 해석되는데, 특히 명동 등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상권 공실률은 4.0%에서 7.5%로 1년 만에 3.5% 포인트 올랐다.

공실률 상승과 별개로 꼬마빌딩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꼬마빌딩 가격이 지난해 초보다 20~30%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빌딩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임대환경이 나빠진 건 맞는다"면서 "좋은 매물이라고 해도 요즘은 건물 한 채를 기준으로 평균 20% 정도 공실이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공실은 빌딩 투자자들에게는 전혀 고려 요소가 아니다"며 "코로나19의 2차 확산이 있었던 지난해 5~7월에도 매매수요는 꾸준히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원인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빌딩 갭투자 여력 증가, 자산운용사들의 적극적인 매입 의지 등으로 풀이된다. 오동협 원빌딩 부사장은 "시중금리 하락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다주택자 규제로 아파트 투자 큰손들이 빌딩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빌딩은 매입가의 70~80%까지 대출이 나와 아파트 투자보다 규제가 덜하고, 채권이나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빌딩 투자로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공실률이 상승하는데 빌딩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현상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빌딩의 적정 가격은 주변시세와 건축비·임대료 등 3가지 요소로 결정되는데, 가치 평가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임대료이기 때문이다. 오동협 부사장은 "장사가 안 된다고 임대료를 깎아주면 건물 가치 하락으로 즉각 이어지고, 또 한 번 깎아준 임대료는 5% 이상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면서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깎아주기보다 공실로 놔두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한 번 무너진 상권은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상가정보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형 홀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은행, 카페, 의류매장, 음식점 등 다양한 업종에서 대형 임차수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임대인이 예상했던 공실기간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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