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국내 첫선 보이는 메이플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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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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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갤러리 서울점과 부산점서 동시 개최...3월 28일까지

Ken Moody and Robert Sherman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

 
“아름다움과 악마성은 같은 것이다.”

미국의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개인전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이 지난 18일 국제갤러리 서울점 K2와 부산점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핫셀블라드 카메라로 촬영한 대표작 90여 점을 소개한다. 국제갤러리는 2019년부터 공을 들여 메이플소프의 국내 첫 전시를 개최했다.

1970~1980년대에 흑인 남성 누드·동성애·사도마조히즘 등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난 도발적인 작품을 발표한 메이플소프는 사회적 논쟁과 예술의 검열에 대한 담론을 생산해낸 사진 작가다. 그에 대한 논쟁은 2021년에도 끝나지 않고 있다.

K2 2층에 마련된 ‘The Dark Room’은 에로스와 타나토스, 죽음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오브제화된 남성 성기, 비밀스러운 사도마조히즘 의식, 굵은 쇠사슬에 거꾸로 매달린 남자, 채찍을 항문에 꽂고 화면을 응시하는 자화상 등 ‘X 포트폴리오’ 연작들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고심 끝에 ‘19세 이상 관람’ 같은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았기로 했다. 다수의 안내원을 통해 2층 ‘더 다크 룸’에 대한 개인적인 사전 안내를 철저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외설스러움뿐만 아니라 사진의 미학적 측면에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메이플소프는 사진과 누드뿐만 아니라 꽃·과일·청동상 같은 정물 사진 연작과 패션 광고 사진까지, 사진 매체의 범주를 초월해 일상성 안에서 마술적 환상성과 영화적 서사를 구현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메이플소프는 외설과 예술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굉장히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과 완벽한 구도 등으로 극한의 미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Frank Diaz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1970~80년대 인종·성소주자와 같이 지금보다 더 금기시됐던 것들을 사진 작업의 주제로 정면에 내세운 점은 분명 높게 평가할 만하다. 전시명이기도 한 '더 나은 삶'을 위한 용기있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는 메이플소프의 말에는 각자 의견이 다를 것 같다.

1963년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 입학해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메이플소프는 1970년대 후반 금기시된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문제적 작가가 됐다. 동성애자였던 메이플소프는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 합병증으로 43세에 세상을 떠났다.

메이플소프는 뉴욕 휘트니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그랑 팔레,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 등 세계적인 미술 기관과 갤러리에서 회고전을 선보였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Self Portrait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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