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A조 최종전에서 역대급 졸전을 펼치며 32강 진출이 좌절된 축구대표팀이 쓸쓸히 귀국했다. 토너먼트 진출 실패의 책임을 놓고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협회 임원진에 대한 비난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 전 감독, 박항서 단장을 포함한 축구대표팀은 30일 오전 4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앞선 대회와 달리 공항에선 해단식과 같은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대신 수많은 축구팬의 비난이 공항을 뒤덮었다. 팬들은 "홍명보 나가", "연봉 반납하라"를 비롯한 고성과 욕설을 내뱉었고, 일부 팬들은 북을 치기도 했다.
홍 전 감독에 대한 테러 예고가 SNS상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던 만큼 경찰의 철통 경호 속에 선수단은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취재진은 홍 전 감독에게 '팬들에게 하실 말씀 없느냐' 등 입장을 물었지만, 홍 전 감독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번 대회 성적을 놓고 정부·여당은 축구협회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구협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동시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도 구성하고, 국민 제보를 받아 축구협회의 운영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조만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경찰에 고발된 정 회장과 축구협회 임원진에 대한 수사에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2024년 2월 축구협회가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홍 전 감독을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자 같은 해 7월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정 회장을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종로경찰서에 사건을 배당했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경찰은 이들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정 회장 외에도 홍 전 감독 선임에 관여했던 이임생 전 기술이사 등 협회 관계자들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으나, 역시 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홍 전 감독 선임 이후 현재까지 관련 고소·고발이 8건이나 접수됐으며, 법리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지난 4월 행정소송 1심 결과가 나왔고, 재판 절차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경찰의 설명대로 서울행정법원은 4월 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를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홍 감독 선임 당시 축구협회의 전력 강화 위원회가 그를 1순위 후보로 선별하는 과정에서 위법성이 확인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1심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 관여했던 협회 임원진 처벌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 출신의 한 서초동 변호사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수사가 2년째 지연된 배경에 대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 대부분 사건이 경찰에 많이 몰려 수사가 지지부진해진 측면이 있다"며 "전 국민의 관심이 몰린 이번 사건과 같은 사안일수록 더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려다 보니 수사가 늘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회장에 대한 실제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형사 사건이라는 건 증거를 기반으로 판단을 하게 된다. 실제로 사건이 수사가 진행될 때 어떠한 증거가 수집됐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것"이라며 "다만 업무방해라는 건 혐의가 쉽게 인정되기 어렵다. 법정에서 재판부가 법리적으로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방해라는 것은 정말로 위력을 행사했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든지 등의 명확한 수단이 증명돼야 한다"며 "그런데 축구협회에서 벌어진 감독 선임 과정, 현재 언론상에서만 나온 혐의만 봤을 때는 법 적용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때문에 경찰 차원에서 신중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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