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달아오른 투자 경쟁…사우디, UAE 정조준으로 HQ 쟁탈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2-17 17:4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중동의 투자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24년부터 자국에 중동 지역 본부를 두지 않은 회사와는 사업 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2024년 1월부터 자국에 중동 본부가 없는 법인·기관과의 계약을 중지한다고 전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력 유출 제한, 지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SPA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적접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을 두바이에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옮기고자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두바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FP "투자유치 경쟁 심화할 것" 
사우디의 초강수가 발표된 이날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장관은 트위터에 "일자리 창출, (사우디로) 전문성 이전, 지식 국산화 등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이번 결정은) 국내 콘텐츠 개발 및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올렸다. 

CNBC는 "사우디의 이번 조치는 이제 10년도 채 남지않은 사우디 비전 2030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석유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경제발전 엔진을 찾는 사우디 비전 2030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알 자단 재무장관은 로이터에 "사우디로 본부를 옮기는 것은 전적으로 기업들의 선택에 달려있다"면서 "본부 이전을 하지 않더라도 민간 부문에서 사우디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자유를 계속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은 본부를 사우디로 이전하거나 수익성이 높은 사우디 국가와의 계약에 손해를 보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사우디의 경우 국가와의 계약 건이 규모도 커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AFP 통신은 사우디 정부의 이번 결정이 UAE를 비롯한 다른 걸프 국가들과 사우디 간의 사업 계약과 투자유치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안보전문업체 스트랫포의 리안 볼(Ryan Bohl) 중동전문 애널리스트는 CNBC에 “사우디는 두바이와 다른 곳에 있는 기업들을 빼내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기업들도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UAE 기반 금융업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명백히 UAE를 조준한 정책이며, 면전을 때린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반시장적이며, 기업들을 괴롭히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보수적 사우디 바뀌지 않는 한 쉽지 않아

글로벌 기업들이 UAE의 두바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다국적 기업들은 주거·관광·비즈니스 특구가 구성돼 있으며 자유로운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우디는 글로벌 기업들의 지역본사(HQ)가 5% 미만이다. 사우디의 보수적인 종교·사회적 관습 등이 이 같은 저조한 비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관리들은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세르 알 셰이크 UAE 전 재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결정은 걸프 통합 시장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제적 유치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가장 효과적인 것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이미 중동의 최대 시장이며, 이 같은 움직임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3400만명의 인구를 가진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게다가 인구 중 70%가 30살 미만으로 경제 역동성이 상당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사회 개혁으로 투자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진흥회사인 인베스트 사우디는 앞서 우량 다국적 기업에 특별 세금 감면과 기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인 '프로그램 본사(HQ)'를 출범시켰다. 두바이에서 매주 미국 일류 기업의 컨설턴트들이 날아오는 리야드가 지역의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잡은 두바이와 어떻게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개발해왔다고 CNBC는 전했다. 

구글 클라우드, 알리바바, 웨스턴 유니언 등은 사우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월에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의 연례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행사기간 동안 펩시코, 프랑스 유전 서비스 회사인 슐럼버거, 캐나다 패스트푸드 체인 팀 호튼스를 포함한 24개 국제 기업들은 리야드로 지역 본사를 이전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는 리야드를 세계 10대 경제 대도시에 진입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에 22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또 이곳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기업의 직원들에게 경쟁력 있는 비과세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리야드가 두바이처럼 외국인을 끌어들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에게 자유로운 생활 방식이 보장된 두바이와 리야드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두바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익명의 벤처투자가는 CNBC에 "사우디에서의 생활방식과 (두바이는) 비교가 안 된다"라면서 "두바이는 세계적인 도시이고 리야드는 그것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CNBC는 "두바이의 외국인 인구는 압도적이며, 글로벌 개방 모델로 성공을 거뒀다"면서 "유엔의 무역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9년 UAE는 경제가 절반 정도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보다 300% 더 많은 외국인 직접 투자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UAE는 세계은행의 2020년 비즈니스 용이성 지수에서 16위를 차지했지만, 사우디는 63위에 그쳤다. 

열악한 인권 상황도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비롯해 여성 운동 활동가들의 구금 등이 글로벌 기업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걸프만 전문가이자 외교정책연구소의 마이크 스티븐스 연구원은 "사우디 정부가 기업들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