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렌드 리포트]오프라인 시장서 폭발한 전자담배…”올해 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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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1-0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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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전자담배 시장 2019년 당국 규제 이후 다시 떠올라

  • RLX·유즈·시우 등 인기... 상장 후 성공가도 달려

[사진=RELX 홈페이지 캡처]


‘사형선고’를 받을 뻔했던 중국 전자담배 업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되레 날개를 달고 상상을 초월하는 부와 지위를 얻은 업체까지 나타났다. 전망도 밝다. 정부 규제가 걸림돌이지만, 3억명의 흡연자를 보유한 중국 시장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2019년 당국 규제 이후 지난해 오프라인서 ‘대박’… 업체들 적극 시장 진출
지난해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 중인 토마스 야오씨는 오전 2시 휴대전화를 열고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그는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중국 선전행을 택했다.

야오는 중국 전자담배업체 시우(喜霧)의 공동창업자 겸 투자자다. 본래 단순히 투자자의 신분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내려 했는데, 최근 중국에 불어닥친 전자담배의 광풍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야오는 지난해 12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야오는 CEO 자리에 오르자마자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시우는 최근 새로운 주력 제품인 HERO 시리즈를 출시하고, 설명회에 나섰다. 현재 시우의 제품은 중국과 해외의 200개 이상 도시에서 300개 이상의 직영점과 1만개 이상의 소매 판매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완다 등 대형 슈퍼마켓에도 입점돼 있다.

그는 중국 제몐과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에게 미국식 회사 가치관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 중”이라며 “선전 전자담배 공장 사장들과의 협력을 위해 술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 전자담배 시장은 지난 2019년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국이 전자담배 온라인 유통 금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초 중국 전자담배 시장은 빠른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이었다. 2019년 중국 6·18쇼핑 축제 기간에는 전자담배 판매 규모가 지난 2018년 광군제 기간 판매액의 5.6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다수 전자담배 업체들은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으면서 적지 않은 투자금을 유치했고, 시장 규모도 점점 커져갔다.

이런 시장에 당국의 규제는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전자담배의 가장 활발했던 판매 경로가 온라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의 잇단 규제 강화에 타오바오 핀둬둬, 징둥 등의 전자상거래 업체에서는 전자담배 관련 상품 검색조차 금지됐다. 업계에서는 한때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았던 전자담배 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일지 모른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자담배 시장이 다시 살아났다. 오프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다. 각 업체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일부 업체들은 순식간에 수억 위안을 벌어들였다.
 
​ RLX·유즈 매출 고공성장… 스모얼도 ‘함박웃음’
대표적인 업체는 전자담배 브랜드 웨커(悅刻·RELX)의 제조사인 우신커지(霧芯科技·RLX테크놀로지)다. RLX는 미국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의 중국 사업을 담당했던 왕잉(王瑩)이 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다.

그는 중국 전자담배의 원년이라고 불렸던 지난 2018년 RLX를 설립하고 대규모 투자유치에까지 성공했다. 당국의 제재로 주춤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오프라인 시장 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지난해 9월 기준 RLX는 중국을 포함한 미국 등 해외 250개 이상의 지역에서 10만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게다가 RLX는 향후 3년간 6억 위안을 투자해 중국 내에서만 1만개의 매장을 더 오픈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회사가 설립된 2018년 1억3300만 위안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35배가 뛴 38억6000만 위안(예상치)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익도 200만 위안에서 9억2400만 위안(예상치)까지 무려 460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22일에는 미국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이날 RLX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146%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고, 시총은 3000억 위안에 달했다. 왕잉의 몸값은 하루아침에 580억 위안까지 치솟아 단숨에 중국 갑부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RLX 창업 3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또 다른 중국 전자담배 업체 유즈(YOOZ)의 성장세도 만만찮다. 유즈는 2019년 차이웨둥(蔡躍棟)이 설립한 회사다. 그는 애플, 테슬라, 우버 등에서 일한 인재들을 모아 약 300명의 직원을 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연구조사를 거친 후 유즈를 설립했다. 그러나 설립 당해 10월 당국의 전자담배 온라인 판매 금지 조치로 매출의 절반을 잃게 됐다. 차이는 곧 바로 전략을 ‘가성비’로 전환했다. 9.9위안의 저가형 전자담배 제품인 YOOZ미니를 출시했고,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마케팅까지 더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떨어졌던 매출이 빠르게 회복했고 오프라인 매장도 지난해 4분기에만 무려 2000곳을 열었다.

차이 창업자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중국 내에 1만개 이상의 매장을 열 것”이라며 “유즈는 가파른 성장을 이루고 있고, 앞으로도 이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RLX와 유즈의 활약에 함박 웃음을 짓는 업체도 있다. 전자담배 기기 생산업체 스모얼(思摩爾·SMOORE)이다. RLX와 유즈 모두 스모얼의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에 두 회사의 고공성장이 스모얼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모얼은 RLX보다 한참 앞선 지난해 7월 홍콩증시에 상장 후 현재 주가가 75.45(10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공모가(12.40홍콩달러) 대비 6배 이상 오른 것이다. 시가총액도 4300억 홍콩달러에 달한다. 우리돈으로 약 61조원 수준이다. 스모얼의 창업자 천즈핑의 순자산 가치도 210억 달러(약 23조원)를 훌쩍 넘었다.
 
​ 中 전자담배 시장 잠재력 엄청나… 향후 전망도 밝아
주목되는 점은 앞으로 중국 전자담배 시장이 더 가파른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담배시장이다. 흡연자가 무려 3억명에 달한다. 그런데 아직 흡연자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 컨설팅업체 CIC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전자담배 침투율이 각각 32.4%, 50.4%에 달하는 반면 지난 2019년 기준 중국 전자담배 침투율은 1.2%에 불과하다. 그만큼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현재 성장세로 봤을 때 2025년 중국 전자담배 시장은 2000억 위안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기간 침투율 역시 12%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책은 방해 요인이다. 그러나 토마스 야오는 이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다. 그는 “중국이 이미 전 세계 전자담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게다가 최근 세계적으로도 전자담배를 통해 흡연자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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