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넘기 시작한 韓 바둑, 세계대회 정복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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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1-0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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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배 차지한 韓 이참에 응씨배·춘란배도

커제 9단을 누른 신민준 9단[사진=한국기원 제공]


중국 최강 커제(중국) 9단이 한국 바둑 랭킹 4위 신민준(22) 9단에게 무릎을 꿇었다. 메이저 세계대회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최종 3국에서다. 커제는 연신 머리를 쥐어뜯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경기 종료 후에는 눈물을 보였다.

신민준이 도마(跳馬)를 넘듯 만리장성을 넘었다. 한국 바둑이 다시 중국 바둑을 누르기 시작했다.

제24회 LG배 우승자이자, 한국 바둑 랭킹 1위 신진서(21) 9단도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전에 이름을 올렸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다.

두 번 모두 중국 기사를 누르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도 모두 중국 기사다. 넘고 넘어도 끝이 없는 게 마치 만리장성 같다.

지난달 1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메이저 세계대회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 준결승3번기 2국이 열렸다.

2국 결과 신진서는 자오천위(중국) 8단을 상대로 277수 만에 백 1집반승을 거두었다. 2전 전승으로 결승전에 이름을 올렸다.

신진서의 결승 진출로 한국은 9회 연속 결승전에 태극기를 휘날렸다. 결승전 상대는 셰커(중국) 8단이다. 두 기사의 전적은 1전 1승(2017년)으로 셰커가 앞선다.

셰커는 준결승3번기에서 이치리키 료(일본) 9단을 상대로 2전 전승을 거두며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 일정은 미정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결승에 올라 기쁘지만, 아직 마지막 고비가 남아있다. 꼭 우승하도록 하겠다. 셰커는 독특하고 튀는 바둑을 구사한다. 힘이 워낙 강해서 조심해야 할 기사"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5개(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최철한 9단)의 춘란배 트로피를, 중국은 지금까지 3개(창하오·판팅위·탕웨이싱 9단)의 트로피를 수집했다. 신진서가 이긴다면 한국이 6번째 트로피를, 셰커가 이긴다면 중국이 4번째 트로피를 수집하게 된다.
 

춘란배 4강전 대국 중인 신진서 9단[사진=한국기원 제공]


신진서가 결승에 오른 두 번째 메이저 세계대회는 춘란배다.

지난달 20일 응씨배와 마찬가지로 양국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제13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4강전이 열렸다.

4강전 결과 신진서는 렌샤오(중국) 9단을 상대로 20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었다. 쉬자양 8단과 판팅위(이상 중국) 9단을 꺾고, 사상 처음 춘란배 결승전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번 결승전 상대 역시 중국 기사다. 커제를 누른 탕웨이싱과 마주하게 됐다.

신진서에게는 희소식이다. 탕웨이싱을 상대로 2패 이후에 4연승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결승전 일정은 응씨배와 마찬가지로 미정이다.

대국 후 인터뷰에서 신진서는 "이번 대국에서 지면 중국 우승이 확정되기 때문에 부담감보다 꼭 이겨야겠다는 각오로 대국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5명(이창호·조훈현·유창혁·이세돌·박정환 9단)의 우승자와 6개의 춘란배 트로피(이창호 2승)를, 중국은 4명(구리·창하오·천야오예·탄샤오 9단)의 우승자와 5개의 춘란배 트로피(구리 2승)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1승은 일본(왕리청 9단)이 갖고 있다.

메이저 세계대회는 총 6개다. 중국은 3개(춘란배, 몽백합배, 바이링배), 한국은 두 개(LG배, 삼성화재배), 대만은 한 개(응씨배)를 주최한다.

메이저 세계대회 트로피는 한국과 중국이 뺏고 빼앗는 중이다. 삼성화재배에서는 커제가 신진서를, LG배에서는 신민준이 커제를 눌렀다. 한국 주최 대회에서는 1승 1패다.

이제 중국에서 주최하는 춘란배와 대만에서 주최하는 응씨배 결승전이 이어진다. 두 번의 결승전에서 신진서가 만리장성을 완벽하게 넘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올해 초 신진서는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패배 없이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지난 5일 바둑대상에서 생애 두 번째 최우수기사상(MVP)을 수상한 그는 "중국 기사들을 많이 이겨서 기쁨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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