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하이브리드角] 2021 설, 네 가지 이슈의 본질

이승재 수석논설위원입력 : 2021-02-09 16:45

올해 설은 많아야 네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불효자는 ‘웁니다’가 아니라 옵니다”는 말마따나 이번 설에 고향이나 부모를 찾는 이들이 많이 줄 거다. 만약 가더라도 2인 이상 가족이 서로 나눠 시댁·친정을 각각 찾거나, 시차를 두고 모여도 좋을 듯하다.

공교롭게도 이번 칼럼을 준비하다 4개의 후보 주제를 떠올렸다. 4인이 모이는 설 만남에서 화제에 오를 ‘핫 이슈’ 4개, 각각 정말 중요한 본질은 무엇일까 고민했다. 본말전도(本末顚倒)에서 본(本),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려고 했다. 이념-진영 논리가 아닌 상식을 기준으로 네 가지 이슈를 살폈다.

◆코로나19, 국민의 생명 잘 지켰나
국가가 국민에 대해 반드시 가져야 할 최고의 책임은 무엇일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우선 순위는 나와 내 가족, 우리 모두의 목숨을 지키는 일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다. 대통령이, 정치인이, 공무원이, 사회 지도층이 다른 것 모두 제치고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2년째 치르고 있다. 전쟁은 국가가 국민을 강제적으로 총동원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하는 생사결단의 싸움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을 잘 지켰을까’라는 물음의 답은 전 세계 통계로 나타난다.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사망자 수를 보면 간단하다. 확진자 수로는 국가별 방역 성적을 볼 수 있고, 사망자 수로는 ‘국민 생명 보호 성적’을 알 수 있다.
 

[국내 14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이모(70)씨의 빈소가 29일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4시 현재 구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확진자(이하 누적)는 1억600만명, 사망자는 232만명이다. 이를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계산하면 나라별 차이가 뚜렷하다.

대한민국은 국민 100만명당 1576명이 확진됐고, 29명이 사망했다. 주요 국가를 비교하면(이하 100만명 환산 확진자-사망자) △미국 8만2652명-1416명 △영국 5만9414명-1692명 △프랑스 4만9827명-1184명 △독일 2만7660명-749명 △일본 3223명-52명 등이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방역, 국민 생명 보호를 최소 2배, 최대 수 십배 잘했다.

덧붙여 국가는 국민의 생명에 이어 재산을 지켜야 한다. 코로나19 와중에 국민의 생명을 잘 지켰으면 그 과정에서 국가 정책을 잘 따라서 재산상의 피해를 본 이들에게 공정하게 보상해야 한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나랏빚을 마구 낼 수는 없으니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득을 본 이들에게 ‘함께 나누자’고 해야 한다. 이른바 ‘이익공유제’가 사유재산 침해라고 비판하기보다, 전쟁 상황에서 많은 이득을 거둔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본 이들과 나누는 게 세상살이 이치, 상식 아닌가. 국민의 생명에 이어 재산까지 잘 지켜주는지, 진행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자. 

◆판사는 신이 아니다
국회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판사를 탄핵한 전후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을 사법부 독립으로 연결해 일부에서는 십자포화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삼권분립 원칙 아래 사법부가 행정부, 입법부와 밀고 당기는 관계를 맺는 부분을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보기 힘들다.

쉽고 간단히 말해 법관 탄핵에서 진짜 중요한 것, 본질은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 판사를 쫓아냈다’는 점이다.
 

[헌정 사상 국회가 처음으로 탄핵한 임성근 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탄핵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5년 다른 판사가 하는 재판에 개입해 판결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법관 독립을 침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였다. 그가 개입한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1심 재판, 2015년 쌍용자동차 집회 관련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등이다.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를 사실로 판단하고 이를 ‘위헌적 행위’라고 판결문에 적었는데, 처벌할 법 조항이 없어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을 위반한 중대한 잘못은 했지만 재판에 개입한 판사를 벌 주는 조항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회가 임 판사를 탄핵한 것이다. 판사 출신인 국회의원(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판사는 신입니까”라고 묻고 탄핵안 제안설명을 했다. 법관이 헌법을 위반하는 잘못을 하면 쫓겨난다, 판사는 신이 아니다, 이게 판사 탄핵의 본질이다.

◆내게 손해면 나쁘다?··· 공매도 본질은 신용
요즘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공매도를 둘러싸고 ‘선악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공매도는 선악의 문제,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신뢰 문제다. 즉, 공매도 제도의 본질은 자본주의 주요 원리인 신용에 대한 것이다.

공매도(空賣渡)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채권을 판다는 뜻이다. 주식·채권 매매일과 실제 결제일의 시차(D+2)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 주식·채권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고 거래한 뒤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채권을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주로 단기간에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대형 투자자가 활용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공매도 폐지 홍보 버스가 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16일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 일종의 금융시장 비상사태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중지했다. 원래 9월까지로 했다가 계속 연장을 거듭해 오는 5월 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에만 공매도를 재개할 계획이다. 나머지 종목은 무기한 공매도 금지다.

미국의 ‘게임스톱 전쟁’에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과 거대 투자사 간에 갈등이 생긴 이유도 바로 공매도 때문이었다. 한국과 미국 공히 개인투자자들은 "가격을 떨어뜨려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대형 투자사의 공매도 때문에 개미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매도는 자본시장의 신용과 회사의 가치가 결정되는 가격의 문제다. 즉, 자본주의 금융시장의 기본 원리인 신용과 가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본질이다.

현대 금융시장에서 주식·채권을 빌려서 매매하는 건 신용거래다. 또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진다. 가격이 상식 범위를 벗어나 급등락하더라도 결국은 주가의 본질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점으로 되돌아간다. 공매도는 고평가된 가격을 본질가치로 되돌리는 자본시장의 기능 중 하나다.

공매도는 투기 혹은 작전세력이 쓴다고 해서 많은 비난을 받는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시장이 공정하지 않아”라고 자본주의 금융시장의 본질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내가 투자한 주식만큼은 떨어지면 안된다? 주가는 오른다. 언젠가는 반드시 떨어진다. 그게 반복된다.  

◆검찰 개혁-조국 일가 입시비리의 본질 ‘기득권’
공매도 논란과 비슷하게 “내가 ○○○를 지지하는데 검찰이, 재판부가 공정해(하지 않아)”라고 목청을 높이는 이들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상징되는 보수태극기 부대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를 추종하는 극렬 친문 지지자들 말이다.
 

[지난 1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한 남성이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화환에 불을 붙이자 대검 보안요원들이 조치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과 이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족 수사, 법원의 판결 등으로 3년 동안 이 데칼코마니 같은 양극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극우보수와 친문, 양극단 진영 충돌이 가장 첨예한 지점이 바로 검찰개혁과 조국 일가 입시비리다.

두 사안 모두 본질은 기득권 개혁이다. 양측을 싸잡아 “둘 다 틀렸다”라는 게 아니다. 둘 다 모두 이미 차지한 권력(기득권)의 개혁이란 점에서 본질이 같다는 말이다.

검찰은 지난 4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대통령 임기, 국회의 권력 분포에 따라 권력의 사냥개로, 혹은 그들을 사냥하는 개로 나라를 주물렀다. 권력은 유한해도 검찰은 무한했다. 누구도 검찰을 견제하지 못했고, 아무도 검사를 제대로 벌주지 못했다. 최근 불거진 룸살롱 접대 검사들을 보라. 여전히 검찰은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다. 그런 정치검찰의 검찰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조국 장관이 임명됐다. 개혁 대상인 검찰과 그 수장 윤석열 총장은 검찰 기득권 수호 세력을 총결집해 조국 일가를 수사했고 결국 그를 패퇴시켰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기득권 세력의 입시 비리가 속속 드러났다. 사회 지도층, 각계 권력을 이미 획득한 '기득권' 세력이 그들만의 '끼리끼리 네트워크'를 통한 품앗이로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냈고, 의사를 만들었다. 표창장을 위조하고, 논문 저자에 이름을 올리고, 인턴 경력을 부풀렸다는 게 1심 재판 결과 넉넉히 인정됐다. 기득권 입시 비리에 보수, 진보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조국 일가의 입시 비리에 대한 법원 판단은 이와 유사한 입시 비리가 기득권층에서 상당 기간 계속돼 왔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기득권 세력 전반에 걸친 입시 비리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보수, 진보 양측 기득권 세력은 자녀 입시에서만큼은 서로 봐주기로 한 듯하다. '아, 뻔히 다 알면서 왜 이래'라며.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검찰총장, 조국 전 장관 등 좋고 싫음을 떠나 가족, 친지 네명이 위 ‘본질’ 네 가지를 놓고 평화롭게 대화하는 설 연휴가 되시길 바란다.

*이 칼럼은 유튜브, 네이버TV에 주1회 방송하는 '아주3D', 팟빵 ‘닥치고 3D’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컴패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