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가상화폐 거래소' 장 출렁일 때마다 전산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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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0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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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자 적기 매도 타이밍 놓치기 일쑤

  • 거래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큰 피해

  • 기본시스템 미비 관련 개선 조치 시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잇단 전산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주로 급등락장이 펼쳐질 때, 서버가 마비돼 투자자 입장에선 적기 매도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이 같은 오류가 소비자의 큰 피해로 연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가상화폐의 경우, 주식 등 다른 투자에 비해 단기 가격 변동 폭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가상화폐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관련 개선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의 기본 중 기본인 매입 및 매도 타이밍을 보장해 줄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건 ‘결국 투자자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곳인 빗썸에서는 지난 1일 오후 9시부터 한 시간 이상 서버가 막히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거래소 내 가상화폐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는 가상화폐 중 하나인 ‘리플’의 단기 폭락장이 현실화된 시점이다. 리플의 가격은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불과 3시간 만에 41% 가량(812원⟶480원)이 주저앉았다. 당초 워낙 특별한 이유 없이 단기간에 고점 높였던 터라, 투자자들은 초단위로 매도 타이밍을 잡던 상황이었다.

이에 급락장이 시작되자, 앞다퉈 패닉셀링(공포에 의한 투매)에 나섰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거래소 자체가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투자자들은 가격이 떨어지는 걸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고, 단기간 내 피해 규모는 수십 배로 들어났다.

A씨는 “(리플) 폭락이 시작돼 1초라도 빨리 매도를 해야 할 시점에 서버 장애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30분 만에 수십배 넘게 불어났다”고 토로했다. B씨는 “투자자들의 합산 피해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체 고소 기조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빗썸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대형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도 같은 시점에 모바일 마비 현상 발생이 발생했다. 코빗 역시 대기 물량 폭주에 따른 거래 타이밍이 소폭 지연됐다.

전산장애는 각 거래소에서 장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부터 ‘먹통’ 서버 때문에 제때 가상통화를 사거나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산장애 자체가 이미 해묵은 논제인 셈이다,

역설적으로 ‘거래 마비’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닥치면 거래소 수익은 크게 늘어난다. 각 거래소별로 거래 발생량에 따라 수수료를 챙기는 수익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빗썸의 기본 수수료율은 0.25%, 코빗은 0.15%, 업비트는 0.05%다. 마비 당시 빗썸의 24시간 리플 거래대금은 1조4000억원을 넘어 전체 가상화폐 중 가장 많았다. 3대 거래소의 전체 거래 대금은 3조8000억원 규모다.

거래소들이 수익과 시스템 구축 사이에 가장 중요한 균형감을 놓치고 있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각 시간 별로 수백억 이상의 돈이 거래되는 전체 규모에 비해, 시장 관리가 너무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실명계좌 등이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환경 구축 자체부터 확실히 갖출 필요가 있단 주장이다.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국내 증권사의 경우, 이미 서버가 다운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가상화폐 거래금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확실한 관련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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