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유성구 심의없이 가로수 22그루 잘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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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환일 기자
입력 2021-01-2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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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 로고. [사진=유성구청 제공]

대전 유성구가 가로수 제거를 심의 절차도 없이 승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최종 심의하는 '대전시 도시림 심의 위원회'(도심위)는 열리지도 않았다. 도심위는 산림분야 전문가, 시민단체, 주민대표, 공무원 등이 참여해 도시숲 조성과 가로수 관리를 최종 심의하는 기구다.

대전시와 유성구가 사이언스 콤플렉스와 제2 엑스포교 건설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유성구는 이달 중순 신세계 측에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앞 도로 100m 구간 은행나무 제거를 허용했다. 제2 엑스포교 개통에 따른 가감속 차로 설치를 이유로 사입자인 신세계에게 허가를 내준 것이다.

그러나 유성구는 도심위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정 구간 가로수 전체를 제거할 때는 계획 단계부터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대전시의 도시림 조성 및 관리 조례를 보면 '일정 구간 가로수 전체를 제거하려면 반드시 도시림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거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성구는 신세계 측과 협의만 하고 나무부터 잘라냈다. 베어낸 은행나무 숫자는 22개에 이른다. 애초 허가는 21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 역시 해당 구간에 가감속 차로 신설에 따른 종합 대책이 필요하지만 가로수 제거 사업과 관련 해당 구청과 협의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전시와 유성구가 협업을 통해 사이언스 콤플렉스 준공을 앞두고 시야 확보를 위해 미리 가로수를 제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구청은 가감속 차로 확보를 위해 가로수를 제거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구간이 100m에 이르러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500m 이내 구간은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초과해서 잘라낸 은행나무에 대해서는 의도성이 없어 형사 고발하지 않고 원인자부담금으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도로 개설로 인한 가로수를 제거할 경우 도심위 심의를 받지 않고 원인자부담금 납부를 통해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조경 전문가인 K씨는 "재난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 가로수에 대해 소규모로 정비할 때는 해당 지자체 재량권을 갖지만, 일정 구간의 가로수 전체를 제거할 때는 도심위 심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산림법에 밝은 L씨는 "무지의 소산"이라며 "시민의 자산인 가로수를 건축 행위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조성 밑그림도 그리지 않은 채 구민들의 세금으로 관리됐던 가로수를 들어낼 수 있는 권한은 과연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한편, 산림청은 2017년 지자체의 무분별한 수목 관리를 막기 위해 '산림 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지자체에 도시림 위원회를 설치해 도시 숲 등의 조성·관리 계획을 수립하거나 가로수 제거 사업 등을 승인하기 전에 반드시 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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